[한스경제 김재웅] 차급 구별이 더 무의미해졌다. 더 이상 차 크기와 성능이 비례하지 않는다. 소비자 수요 성향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중으로 2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쏘나타와 겹친다. 올해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예고한 쏘나타로써는 1년만에 집안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랜저는 이미 출시 당시부터 차급 파괴를 시도했다. 목표는 현대차의 큰 형님인 아슬란이다. 종전 모델보다 젊은 감각을 추구했다지만 그랜저는 그랜저. 고급 트림에서는 아슬란을 뛰어 넘는 고급스러움을 뽐내며 아슬란 판매량을 폭삭 가라앉혔다. 10월 240대였던 아슬란 판매량이 11월 134대로 절반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그랜저는 중형, 준대형, 그리고 고급차 시장까지도 공략하는 셈이 됐다. 특히 그랜저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체급 경쟁자는 바로 르노삼성 SM6다.

작년 내수 자동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던 SM6. 역시 성공 비결은 탈 체급이었다. 크기로만 보면 분명한 D세그먼트 중형차. 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등 고급 옵션들을 탑재하면서 중형차 이상의 프리미엄 가치를 뽐냈다.
이렇게 공백이 생긴 중형차 시장은 쉐보레가 공략한다. 바로 올 뉴 크루즈다. 쉐보레는 최근 올 뉴 크루즈 국내 출시를 발표하고 6일부터 군산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올 뉴 크루즈는 크기부터 체급을 파괴했다. 전장이 4,665mm로 아슬아슬하게 C세그먼트는 유지했다. 하지만 경쟁모델 대비 10cm가량 길다.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한 덕분에 올 뉴 말리부와 구별하기도 어려울 만큼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갖췄다.

주행성능에서는 분명하게 동급 경쟁 차량들을 압도한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는 그 성능을 증명했던 올 뉴 크루즈. 1.4ℓ 터보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최고 출력 153마력에 최대토크 24.5kg·m을 낸다. 연비도 13.5km/ℓ로 동급대비 우수한 편이다.
특히 동급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고급 시스템인 R-EPS를 탑재해 수준 높은 조향력도 갖췄다. 때문에 동급 차량 중 터보, 스포츠 모델과 비교해도 주행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출시될 소형 해치백 클리오도 상당히 광범위한 시장에 대해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오는 전장 4,063mm에 전폭 1,732mm, 전고 1,448mm를 가진 분명한 소형차다. 국내에서는 액센트와 아베오가 경쟁 모델이다. 시장 크기를 보면 1월 기준 엑센트가 388대, 아베오가 133대 팔렸다. 그나마도 엑센트는 단종을 앞둔 상황이니 시장 규모는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해치백이다. 골프가 해치백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었지만 인증 취소로 사라졌다. 현대차 i30가 높은 성능으로 해치백 시장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1월 기준 판매량은 불과 84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은 클리오 성공을 확신한다. 수준 높은 성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해치백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클리오는 유럽 시장에서 그 우수성을 증명했다. 르노 그룹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사용해 디자인은 물론이고 최고출력 220마력에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적재 공간도 동급대비 넓어 준중형뿐 아니라 소형 SUV까지도 위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다른 클리오의 경쟁력은 수입차라는 데에서 나온다. 요즘 수입차 시장에서 해치백모델은 현재 볼보 V40과 BMW 1시리즈 해치백 정도다. 다만 ‘가성비’로 인기를 끈 골프 수요를 감당하기엔 다소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컸다. 따라서 공인연비 17km/ℓ에 2,000만원대 초반인 클리오가 골프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