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 소비 위축으로 현장에선 ‘한숨’
내수 침체 악순환...정부·지자체 지원에도 한계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가정의 달 특수가 있는 5월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가정의 달로 통상 소상공인들에게는 대목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특수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발표한 5월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BSI)는 63.6으로 전월보다 2.9p 하락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음을, 100 미만이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예년 같으면 외식과 야외활동이 늘며 내수 경기가 살아날 시기지만 올해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경기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체감 BSI(실적 기준)는 각각 86.6, 86.9로 이미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4월 전통시장 체감 BSI도 84.5로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쳤다.
5월 전망 BSI(예상 기준)는 소상공인 63.6, 전통시장 75.2다. 전월 대비 각각 2.9p, 9.3p씩 더 떨어졌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모두 향후 경기를 더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5월 전망 BSI는 소매업만 0.4p 소폭 상승했고 개인 서비스업(-19.9p), 부동산업(-10.6p),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8.7p) 등 대부분 업종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통시장 업종별 전망 BSI 역시 의류·신발(-20.6p), 기타소매업·근린생활서비스(-14.6p), 가공식품(-11.9p), 축산물(-7.3p) 등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179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12.89% 급감했다. 연말 특수 종료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내수 회복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외식업은 전 업종에서 매출이 전기 대비 최대 13.6%, 전년 대비 최대 11.1% 감소했다. 술집, 분식, 베이커리·디저트, 패스트푸드, 카페 등 모든 세부 업종에서 매출이 줄었고 서비스업 중에서는 숙박·여행서비스업(-11.8%)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여서 소상공인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소상공인들은 지출을 줄이며 버티기에 나섰지만 매장당 평균 이익은 1026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11.4% 줄었다.
폐업 사업장도 급증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전국 362만개 사업장 중 50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업률은 13.8%로 비은행권 폐업률(16.6%)이 은행권(9.4%)보다 높았다. 폐업한 사업장은 평균 640만원의 연체액을 남겼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상인은 “해마다 매출이 10%씩은 떨어진다. 명절 특수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요즘은 물건값, 기름값 떼고 나면 하루 10만원도 손에 쥐기 힘들다. 워낙 경기가 안 좋고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니 가게 내놓는 곳도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서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동시장조차도 유동인구는 많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어 상인들 한숨이 깊다.
전국 소상공인 2400곳과 전통시장 내 점포 1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소상공인들은 5월 전망 경기 악화 사유로 ‘경기 악화 요인’(76.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매출 감소 요인’(25.6%)과 ‘계절적 비수기 요인’(16.4%)을 꼽았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78.3%가 ‘경기 악화 요인’을 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외식, 의류, 생활용품 소매업 등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상공인 폐업률은 9.2%로 5년 평균 대비 3.5%포인트 높아졌고 매출 감소폭은 평균 18.7%에 달한다. 신규 창업도 22% 줄었다.
이처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원자재·물류비 상승, 고금리 대출 부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BSI가 지속적으로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는 상황을 두고 경기 하락세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계절적으로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해야 할 5월에도 내수 회복 기대감이 사라진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과 고물가, 고금리, 대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매출 감소와 소비 한파, 폐업 증가 등 악순환이 반복되며 소상공인들의 한숨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