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적자전환·대주주 아람코 투자 축소…사우디 국책사업 난항 변수
에쓰오일 “상징적 사업 이상 無”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에쓰오일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증설 사업 ‘샤힌 프로젝트’가 한창인 가운데 사업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에쓰오일이 1분기 적자전환하며 부진한데다 대주주 사우디 아람코 투자 축소, 사우디 국책 사업 난항 등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에쓰오일 측이 “이상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공사가 한창이다. 울산광역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진행되는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울산 컴플렉스 인접 약 48만㎡ 부지에 스팀 크래커, TC2C 시설, 저장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69.1%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에틸렌(180만톤)과 프로필렌(77만톤)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12일에는 에쓰오일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 모하메드 알 카타니 다운스트림(정유·석유화학 부문) 사장이 ‘샤힌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각종 설비를 둘러보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알 카타니 사장은 이 자리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료를 위해 지속 지원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순조로워 보이는 샤힌 프로젝트 상황을 살펴보면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
먼저 시설이 완성되더라도 방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이익이 얼마나 발생할 지 불확실하다. 경쟁국인 중국의 기존 석유화학 설비보다 TC2C 공정이 효율성은 앞서지만 급속도로 규모가 늘고 있는 중국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에틸렌 생산량은 2022년 4600만톤에서 2023년 5174톤으로 증가했다. 과잉생산을 지속해 저가 공세(덤핑)를 노리는 전략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에쓰오일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지만 수요보다 높은 공급으로 얼마나 효율을 낼 지는 미지수다.
최근 나빠진 에쓰오일 실적도 변수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21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4541억원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 직전 분기(2224억원)에 비해서도 이익이 급강하하며 적자를 봤다. 같은 기간 매출도 8조 9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여기에 아람코가 최근 당초 한국 유망 스타트업 대상 간접 투자를 예정했던 국내 벤처캐피털(VC) 벤처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무기한 연기한 점, 사우디 정부와 국부펀드(PIF)를 지탱하는 아람코 배당금이 지난 1분기 28조원으로 전년 동기(40조원)보다 30% 급감한 점도 불안감을 낳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 왕실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추진하던 ‘네옴시티’ 개발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어 사우디 정부 재정 문제가 결국 샤힌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다만 에쓰오일과 아람코 측은 샤힌 프로젝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측은 샤힌 프로젝트는 이미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마치고 금액을 맞춰 진행하는 사안이라 아람코 벤처펀드 출자 중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알 카타니 아람코 사장도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석유화학 부문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에쓰오일 미래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