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는 ‘속 빈 강정’ 지적…“세액공제 등 지원 시급”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기존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을 위한 정부 지원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료 수급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범국가적으로 SAF 육성에 나선 반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인프라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을 이겨낼 세액공제 등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SAF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 설비 구축 및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3월 국내 정유업체 중 최초로 홍콩 국적항공사에 2만톤 이상 SAF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가 올해 1월 유럽에 SAF를 수출한 지 2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특히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 기반 친환경 국제 인증 ‘ISCC CORSIA’를 획득, SAF를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된 데 의의가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SAF 생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를 일본 회사에 수출했다.
또 향후 대산공장에서 연 50만톤 규모 SAF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3년 9월부터 핀란드 네스테 SAF를 공급받아 대한항공과 함께 사업 운항에 돌입했다.
이러한 소기 성과에도 불구, 국내 정유 기업들은 여전히 SAF 설비 투자와 기술 확보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국 대비 열세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사업 주도국은 SAF 전용 생산 시설을 다수 갖추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러한 SAF 생산 공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거센 추격도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한 에너지 기업은 이달부터부터 연간 20만톤 규모 SAF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SAF 생산 능력을 갖춘 SK에너지의 2배 수준이다. 또 다른 중국 에너지 기업의 경우 내년부터 연간 30만톤 규모 SAF 공장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SAF 주원료로 쓰이는 폐식용유 최대 보유국인 점은 글로벌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큰 변수다.
차세대 친환경 먹거리 SAF 사업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가뜩이나 어려운 정유업계 업황 속 원활한 신사업 추진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나와 주목된다.
최근 대한석유협회가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은 “2007년부터 18년간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6%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최근 6년 동안은 순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며 “OPEC+ 생산 증대 속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한편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들며 정유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한 “SAF 등 사업을 위해선 1조원 이상 투자액이 필요한데 현재처럼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쉽지 않다”며 “정유업계가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