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사장 전횡·불법 대출·상품권 깡' 전국 신협서 병폐 '반복'...여전히 해결 못해
이사장부터 직원까지 불법·비리...내부통제 실패, 내부 고발자 보호는 '전무'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 2024년부터 순차 시행..11월엔 '이사장 동시선거 제도' 도입
/ 사진=신협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 사진=신협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전국 각지의 신협들이 부실 건설업자에 대한 불법 대출과 상품권 깡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신협의 이사장들이 구속된 뒤에도 내부 고발자에게 퇴사를 압박하는 등 조직적인 병폐를 드러내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사장부터 직원까지 각종 의혹과 논란은 신협의 구조적 문제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일탈과 이로 인한 잡음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전국엔 869개(2023년 기준) 가량의 신협조합이 있고 각지에 걸쳐 약 1694개의 영업 점포를 두고 있다. 조합원 수만 1447만명 가량이다. 신협은 지역사회 기반의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 조합원들의 상호협력을 통해 운영된다. 서민층과 중산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중심이다. 

가장 최근엔 부산시중앙신협의 불법 대출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한 시행사에 따르면 2022년경에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부산시중앙신협이 브릿지 대출로 자금을 대여했고 이듬해 8월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2024년 1월 건설사 재정 악화로 공사가 중단됐는데, 같은 해 6월 건설사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단위 신협은 신협중앙회 참여 없이 단독으론 PF 대출을 할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부산시중앙신협이 책임준공 확보 등으로 사실상 PF 대출을 실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시행사엔 과도한 화재보험 가입을 강요했고 이자 전액을 선납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불법 대출 논란은 부산시중앙신협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구미신협 이사장은 PF 관련 부실 대출로 인해 신협에 57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구미신협은 이사장 구속 후 내부 고발자에 대해 보복성 인사 조치와 부당 대우 등을 하면서 이 내부 고발자 보호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또 구미신협 이사장은 구속 상태에서도 신협중앙회로부터 수당을 받으면서 특혜성 지급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개인도 이런 신협의 부실·불법 대출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전주 상진신협은 A씨에게 2013년 17억원을 대출해준 이후 8년간 연락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소송을 제기하며 잔여 채무 관리 내역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신협 내부의 행정 실수나 관리 부실로 8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합의금으로 2억원을 요구했다. 합의 이후에도 상진신협은 A씨 동의없이 1억원 이상 대출을 무단 실행했고 개인정보 무단 조회와 명의 도용까지 거듭했다.

이외 신협에서는 정부 지원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을 불법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구 중구 한 신협 이사장이 온누리 상품권 불법 구매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신협은 간부와 이사장이 모두 상품권 깡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이 간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의 불법 구매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 해당 이사장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직원 명의로 1000만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대리 구매하고 가족과 지인이 운영하는 전통시장 가맹점에 유통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해당 신협의 온누리 상품권 수납과 판매 업무를 중지 시킨 상태다. 

같은 해 마산 한 신협 직원도 '상품권 깡'에 가담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아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직원은  온누리 상품권 수천만원 어치를 약 90% 할인가에 대량으로 사들인 다음 자신의 삼촌이 운영하는 어시장 가맹점(명성상회)에서 상품권을 환전하는 수법으로 현금화했다. 실거래가 아닌 형식적 구매로 포장해 정부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것이다. 이후에도 이 신협 직원은 환전 가능한 가맹점을 사전에 확보해놓고 동료 직원 명의를 도용하거나 대리 구매를 유도해 반복적으로 환전했는데 소상공인진흥공단 경남지사는 가맹점만 처벌할 규정이 있어서 벌금 조치한 상태고 이 신협 직원은 처벌할 규정이 없어 아직까지도 징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신협이 자금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있다. 강원도 원주 한 신협은 결제대행(PG)사 3곳에 가상계좌를 열어줘 이들 PG사가 7개월(2023년3~9월) 동안 21개 온라인 가맹점을 상대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가상계좌를 통해 유통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협이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계된 결제대행(PG)사들에게 가상계좌 발급 권한을 주고 감시 소홀로 이들이 자금 세탁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본다. 신협은 수익과는 무관한 단순 거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수개월 동안 흐른 것 자체가 신협이 내부 통제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 '이사장 전횡·불법 대출·상품권 깡' 신협 반복되는 병폐...'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 단계적 시행 중, 지배구조 개선 기대 

특히 이사장부터 직원까지 신협의 내부 통제 실패 문제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이어서 언제든 반복 가능한 사안으로 지적된다. 

신협의 구조적 문제는 대략 몇 가지로 요약된다.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 구조지만 실제 운영은 일부 고위직에 권한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사장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신협에서는 실제 횡령과 배임, 부정 대출 등의 비리가 발생했고 이는 신협 전반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또 이사장이 장기 집권하면서 일부 신협은 사실상 사유화되는 사례도 생겼다. 이로 인해 내부 견제 장치가 약하고 비리가 발생해도 덮이기 쉬운 구조가 된다.

무엇보다 금융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형 은행에 비해 금융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신협중앙회가 관리 감독하지만 모든 지점을 일일이 효율적으로 감독하긴 어렵다. 또 중앙회의 실제 통제력은 약하다. 개별 조합이 독립적 법인이라 간섭이 힘들다. 여기에 중앙회도 이사장 출신들이 장악하는 경우가 있어 내부 비리가 터져도 중앙회 대응이 늦거나 미온적일 때도 많다. 

전산 인프라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시스템 안정성과 사이버 보안 대응이 약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전환 속도도 느려 모바일 뱅킹이나 자동화 서비스 등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연고 중심의 불공정 대출 관행 역시 고질적인 구조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조합원 간 연줄·친분 등을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고 지연·편파 대출로 공정성 시비가 자주 발생한다. 채무자 보호도 미흡하다. 대출 회수 과정에서 과도한 독촉이나 비인간적인 대응 사례도 종종 알려지고 있다. 

신협은 지역기반 협동조합이다. 통상 인사도 혈연과 지연, 학연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금융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정보기술(IT) 보안 등 면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하거나 조직 차원의 시스템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배경이 된다. 부실 대출이나 해킹 등 금융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다분한 것이다. 

이와 맞물려 재무 건전성과 규모의 한계도 지적된다. 지역 단위 조합이라 영세한 조합이 많고 자산 건전성이나 수익성, 위기 대응 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부실이 나더라도 통폐합이 어렵다. 무엇보다 부실 조합도 지역사회 반발로 정리가 지연되기도 한다. 

형식적인 조합원 민주주의 역시 구조적인 문제다. 조합원은 형식적으로 최고 의결기관이지만 조합원들이 운영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서 일부의 전횡이 쉬워지는 구조다. 조합원이 경영정보나 의사결정 구조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 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견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법적·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돼왔다. 실제 논의돼온 개선 방향을 정리하면 ▲이사장 권한 축소와 임기 제한 강화, 집행부와 감독부 분리 ▲전자 총회나 모바일 투표 도입을 통한 조합원 참여 실질화, 조합원 정보공개 청구권 강화, 총회 내 실질적 토론 보장 규정 마련 ▲외부 감사 도입 의무화, 중앙회의 실질적 조사권 확대, 금융감독원과의 협력 체계 명문화 ▲임원 전문성 요건 강화, 정기 교육 및 인증제 도입, 인사 시스템 표준화 ▲부실 조합 조기경보제(EWS) 도입, 통폐합 촉진 제도, 위험기금 확충 제도화 ▲중앙집중형 정보기술(IT) 인프라 제공, 정보보안 감리제도 도입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감사 강화와 중앙회 권한 확대, 임원 자격 조건 등을 포함한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이 2023년 통과돼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이 개정을 통해 이사장 동시선거 제도 도입과 공제 상품 보호 한도 설정 등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이뤄지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조합원 보호 강화, 위기 대응 능력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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