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KIFFA 조찬포럼 특강
중국 반도체 산업 역사·日 반도체 재무장 소개
“물류업계, 데이터 AI 에이전트 방식 활용해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물류협회 주최 조찬포럼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AI 시대를 맞은 물류업계의 대응 자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임준혁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물류협회 주최 조찬포럼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AI 시대를 맞은 물류업계의 대응 자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임준혁 기자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한국보다 17년 먼저 최초의 반도체 생산에 성공했다가 문화대혁명으로 산업 육성에 실기하고 다시 해외 투자와 정책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굴기'를 10년째 추진 중인 중국의 산업 전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가 주최한 조찬포럼에 강사로 참석해 “국내 물류업계가 시진핑 주석이 2015년 발표한 ‘반도체 굴기’와 같은 중국의 산업 정책을 연구해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현재 AI를 활용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에서 박 전 장관은 "과거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의 기업이 패권을 잡았듯 AI 시대에 산업을 이끄는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그 사이에서 물류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경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AI 시대의 생존법에 대해 적극적인 대비를 주문했다.

박 전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956년 ‘컴퓨터·반도체·자동화·무선전자’ 등 4대 국가 긴급 주요 기술을 설정했다. 이듬해인 1957년 중국과학원은 중국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국가가 전담했지만 1974년 한국에 첫 반도체 회사가 설립된 것보다 무려 17년 앞서 반도체 산업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1965년 중국은 미국보다 7년 늦게 IC 집적회로의 개발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1966년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으로 급격히 쇠락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할 때까지 10년 간 이어진 문화대혁명으로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친미주의자로 지목돼 핍박·탄압을 받았다. 이 시기 냉전 심화 현상도 대 공산권 국가 수출금지 조약으로 이어져 중국 반도체 산업은 침체기를 겪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중국 반도체 산업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986년 서방 반도체 업체에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자국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을 개방한 중국은 20세기 말까지 네덜란드 필립스, 일본의 NEC 합작 공장 설립을 허가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반도체 산업은 이전까지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WTO 회원국으로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하게 됐으며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산업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허용했다. 2000년 설립된 SMIC 상하이가 중국의 근원적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연구·개발에 10년 간 1조위안(약 160조원)을 투자해 선언 첫 해(2015년) 15%인 반도체 자급률를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반도체 굴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의 승리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는 미국까지 대상을 넓히지 않아도 한국에도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장관은 “기존 D램의 시장 점유율 1위에 안주한 나머지 별다른 리스크 관리 및 추가 연구·개발을 등한시해 현재 시장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에 반도체 굴기는 상당하면서 실질적 위험으로 자리잡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도체 굴기 선언 후 10년째인 올해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40~50%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급률 70%는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서 공급 물량 중 70%를 중국 기업들이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거꾸로 말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상위 3개 기업은 나머지 30% 물량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일본의 반도체 재무장 움직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장관은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목적으로 2022년 정부 주도로 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를 설립했다”며 “일본 8대 대기업에 속하는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공장을 비롯한 반도체 단지를 짓고 있으며 2027년 2나노, 저전력 AI 반도체 ‘로직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일본은 히로시마에 미국 마이크론 공장 설립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공장 설립에 최대 5000억엔(약 4조8230억원)을 투자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이 1900억엔(약 1조7000억원)을 지원한다”며 “대신 자국 반도체 수급이 어려울 경우 마이크론이 히로시마 공장에서 메모리칩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AI의 3대 인프라로 데이터·전기·컴퓨팅 파워를 제시한 박 전 장관은 “물류가 화물만 운송하던 과거와 달리 AI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 중인 현재는 물류 전체 과정에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예측 과정이 추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물류업계가 화물 선적·창고 입출고 현황, 재고관리 등 물류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빅데이터, AI를 활용해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과 인력 등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국내 물류기업이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며 함께 등장한 피지컬 AI도 수용할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피지컬 AI는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AI가 기계나 로봇과 같은 실물 하드웨어에 적용돼 다양한 작업환경 속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 및 행동까지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 현장에 적용될 피지컬 AI는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만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데이터,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의 이러한 특성을 물류산업에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물류 기업이 공공데이터, 기업(화주)의 제조 데이터, 물류 데이터 등을 AI 에이전트 역할로 수집·활용함으로써 화주, 공공기관 등 공급망 이해관계자에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 작업 메커니즘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만큼 국제물류협회가 이를 전담하고 회원사(물류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분배 과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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