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 '엔무브' 상장 추진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SK그룹 핵심 에너지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중복사업 조정 흐름에 SK엔무브 상장을 추진하며 발을 맞추는 가운데 200%가 넘는 부채비율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배터리 부문 대규모 투자로 부담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운 구조조정 해법이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사업 재조정(리밸런싱)에 돌입한 SK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모토로 비효율성을 줄이고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설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에 그룹 내 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도 변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SK E&S와의 합병법인 출범으로 SK이노베이션은 총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석유, 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에도 불구, SK이노베이션은 합병 1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전쟁’ 여파로 유가가 곤두박질치며 정유 사업에서 363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화학 사업 역시 중국발(發) 공급과잉 직격탄을 맞아 1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배터리 사업 손실은 같은 기간 2993억원에 달했다. E&S 사업 영업이익 1931억원이 포함됐으나 전사 영업손실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낮은 재무 건전성도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32조 8531억원까지 늘며 부채비율이 200%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떨어지며 주력 사업장이 이제 막 적자전환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엔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실탄 확보를 위해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수익성이 높아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손꼽히는 ‘알짜 기업’ 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지분 70%를 보유 중이다. SK엔무브가 상장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구주매출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대안으로 SK온 해외 공장 매각이나 합작법인(JV) 지분 유동화 방안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 하락세,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전기차 산업 불확실성으로 이 역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다 SK그룹의 ‘군살빼기’ 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분간 SK이노베이션 내에서 강도 높은 사업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자회사 통합 및 정리를 통해 기초체력을 높이고 재정 확보로 채무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