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진우, 21년만에 사조산업 대표이사 복귀...수산부문 직접 '진두지휘'
주지홍의 사조시스템즈 위주 지배구조 갖춰...힘 싣기는 '현재진행형'
소액주주들, 상속증여작업 가속화할 것..."강화된 상법 개정만이 답"
 / 사진=사조산업.
 / 사진=사조산업.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주진우 회장이 21년만에 사조산업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모태기업 사조산업을 비롯해 불안정한 수산부문 실적을 방어하면서 3세 주지홍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마지막 상속증여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재 사조그룹 기업 가치엔 여전히 상속증여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주진우 회장이 사조산업 대표로 돌아왔다고 해도 주 회장이 그동안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해오면서 보여줬던 승계와 상속이 우선되는 기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상속증여를 마무리 짓기 위한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조그룹 3세 주지홍 부회장은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사조그룹에 입사해 2014년 경영지원 본부장에 올랐다. 2015년부터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 식품부문을 이끌어왔다. 이후 2021년 부사장을 거쳐 2022년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식품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사조그룹은 주 부회장이 2019년 자신이 몸담은 사조해표와 사조대림 합병을 주도하고 밀가루·사료 생산업체 사조동아원의 경영정상화, 신제품 개발과 수익구조 개선 등의 성과를 높이 샀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런 초고속 승진을 두고 소액주주들과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다름 아닌 일련의 승계작업 과정에서 주 부회장이 지분율 57.32%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배임 의혹 등이 일면서다. 주 부회장은 가족기업이나 다름 없는 이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중간 지주사격 사조산업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증여세 한 푼 안 내고 그룹을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주진우 회장이 2004년 6월부터 회장직을 유지하긴 했지만 사조산업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배경으로도 바로 주 부회장 승계작업이 꼽힌다. 

2004년 이후 주 회장은 3세 경영체제 강화와 승계작업에 골몰해온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사조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식품·수산·유통 등 여러 다양한 계열사로 확장을 거듭해왔는데, 이에 따라 조직 개편과 세대 교체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물류·전산기업이면서도 사실상 그룹 지주사로서 주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서 핵심인 사조시스템즈를 둘러싸고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은 262억원(2023년 160억원)으로 늘고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 57억원과 엇비슷하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97억원에서 142억원으로 늘었는데, 영업이익(54억원)보다 크다. 이는 사조산업(약 12억원)과 사조대림(약 132억원), 사조씨푸드(약 30억원)에 대한 지분법이익 173억원이 반영되면서다.

사조시스템즈는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상당히 우수한데, 관계사 매출이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262억원의 매출 중 130억원 이상이 계열사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엔 물류기업인 사조로지스를 종속회사로 편입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운송 매출까지 가세했다. 

한편 사조산업·사조대림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순수 가족회사는 아님에도 불구, 누적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캐슬렉스제주에 234억원의 지급보증도 서고 있다. 캐슬렉스제주는 주 부회장이 지분율 49.5%로  최대주주다. 

무엇보다 주 부회장이 맡고 있는 식품부문은 통상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부침이 심할 게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주 회장은 이런 이유로 식품부문을 주 부회장에게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식품부문은 가공식품과 축산을 아우르며 그룹 전체 사업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비중도 크다. 이 부문은 사조(SAJO)·오양·해표·대림선·사조참치·식자재왕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그룹 계열사를 보면 햄·소시지·냉동식품·수산가공식품 등 가공식품 전문 사조대림과 사조오양, 밀가루와 전분당·사료 등을 취급하는 사조동아원·사조씨피케이, 조미소재·소스류 전문 삼아벤처, 식자재유통과 기업간거래(B2B) 전문 푸디스트, 판촉인력전문 사조씨앤씨 등이 있다. 

실제 식품부문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푸디스트만 빼고 규모가 작은 사조씨앤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대부분 크게 늘며 선방했다. 

식품 부문 지난해 실적을 계열사별로 좀 더 자세히 보면, 사조대림은 매출이 2조6430억원으로 전년보다 5800억원 가량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다소 줄긴 했지만 영업이익도 1330억원(전년 1266억원)으로 늘었다. 사조오양도 매출이 4007억원(전년 3915억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09억원(전년 162억원)을 거두며 2023년보다 약 30% 늘기도 했다. 사조동아원의 영업이익은 500억원으로 29.5% 늘고 당기순이익도 2배 넘게 뛰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 사진=사조그룹.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 사진=사조그룹.

식품부문은 이처럼 실적 성장을 이뤄온 반면 사조산업과 사조씨푸드 등 수산부문이 2년 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 회장은 올해 이 수산부문 경영에 다시 뛰어들며 주 부회장 체제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사조산업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종합식품기업을 지향한다. 이 기업을 주 부회장이 다루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인상까지 주면서 주 회장이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그룹 모태기업으로서 상징성이 큰 만큼 실적 타개에 직접 나서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룹 주력사인 사조산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약 94억원으로 전년 239억원보다 줄긴 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152억원(전년 93억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 801억원엔 한참 못 미친다. 매출은 6352억원 가량으로 2022년 6610억원에서 2023년 6322억원으로 이어진 감소 기조를 벗어나진 못했다. 

2년 연속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론 참치 원어 가격 하락(20~30%)과 미끼 비용 등 원가 상승, 물류·판관비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영업적자는 키리바시와 사조산업 합작사의 대손상각비(192억원)를 인식하면서다. 

사조씨푸드는 지난해 매출이 1883억원(전년 1760억원)으로 늘고 영업이익(95억원)과 당기순이익(118억원) 모두 흑자 전환하긴 했지만 2023년엔 영업손실 349억원, 당기순손실 231억원을 입는 등 수산부문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주 회장은 이 수산부문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어느 정도는 진행된 승계, 상속증여작업 마무리에 힘을 실으리란 예상이 나온다. 

◆ '사익 편취' 여전히 '현재진행형'...소액주주들 "상법개정만이 답, 직접 장부 들여다보겠다"

현재 사조그룹의 문제는 어느 특정 부문의 악화한 실적도 실적이지만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으로 인해 사조시스템즈에서 사조산업, 다시 사조산업에서 사조대림·사조씨푸드·캐슬렉스서울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려고 사업 방향을 다져왔다는 게 더 크다고 소액주주들은 보고 있다. 

사조그룹은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가 사실상 지주사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주지홍 부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6.91%에 불과하지만 사조지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조산업 주주 구성은 주 부회장이 지배(57.32%)하는 사조시스템즈가 최대주주로 29.8%의 지분을 들고 있고 아직 주 회장이 14.2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사조시스템즈의 주 회장 지분까지 주 부회장이 넘겨 받아야 한다.  2023년 5월25일 기준 39.7%던 주 부회장 지분율은 57.32%로 늘고 17.9%를 보유하던 주 회장 지분율은 8.8%로 낮아진 상태다. 약 1년 새 주 회장은 절반 가량의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하면 향후 상속증여세 규모는 더 커진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점을 들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이슈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자본 적자 상태인 주지홍의 캐슬렉스제주 상황을 사조산업이 소유한 캐슬렉스서울과의 합병으로 해결하려다 주주들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송종국 소액주주 대표는 "현재도 새로 설립한 물류기업 사조로지스를 주지홍의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주 부회장에게 지분 확대 등 힘을 실어주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본다"며 "강화된 상법 개정이 하루바삐 이뤄져야 일감 몰아주기 식의 승계 등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의혹이 있어도 장부조차 볼 수 없지만 주 회장 지시를 받지 않는 소액주주쪽 외부 감사가 선임되면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