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분기 영업익 증가율 58∼436%...빅사이클 ‘효과톡톡’
신조선가·환율 상승...고부가 선종 선별 수주전략 주효
트럼프 2기 행정부, 한미 조선업 협력 강조...겹호재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HD현대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지난 1분기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조선 ‘빅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고(高)선가 선박 수주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13년 만에 나란히 동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서는 영업이익이 최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무려 436.3% 증가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 및 건조 물량 증가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 ▲선별 수주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매출 3조8225억원, 영업이익 4337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매출 1조9664억원과 1조1838억원, 영업이익 3659억원과 685억원을 기록해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은 기존 물량에 대한 매출 인식이 확대되며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한 1613억원의 매출과 6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이달 초 리포트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향후 해양플랜트 부문의 신규 매출이 발생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오션의 1분기 매출은 3조14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86억원으로 388.8% 상승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조선 빅사이클에 따른 수주 증가 효과가 헤비테일 방식으로 이뤄지는 선가 납입과 연동되며 1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 수주 계약의 대부분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건조를 마친 후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헤비테일 방식이라 선박 인도 시점에 매출로 잡히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수익성 제고와도 연결된다.

여기에 저가 컨테이너선의 매출 인식 비중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한화오션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박현준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현금성 자산 및 정책금융기관 여신한도를 활용한 유동성 대응력과 2024년 이후 선박 인도 증가에 따른 대금 유입 등을 감안했을 때 중단기적으로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2조4943억원, 영업이익 1231억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지난 24일 공시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이자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반영돼 90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0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러시아 프로젝트 관련 선물환 계약의 회계처리 변경 관련 평가손실로 인해 3155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했다”며 “대규모 손실 인식과 함께 선물환 회계처리 변경에 따라 향후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외손익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은 고선가 상선 및 FLNG의 매출 인식 확대로 영업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현금 유입의 증가에 따른 차입 부담 완화로 선물환 관련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조선3사가 올해를 고공행진으로 시작한 것은 호황기가 시작된 2022년께 수주했던 물량의 인도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4년 가까이 이어진 신조선가 상승세와 함께 고환율 기조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사는 선주사와의 계약 체결 시 계약금을 달러로 지불받는다.

조선3사가 글로벌 신조 발주 물량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단순히 양을 늘리지 않고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했던 전략도 주효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일회성이 아닌 향후 2∼3년 간 충분히 호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수주했던 고선가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조선3사의 실적이 개선됐고 생산성이 높아져 공정이 안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미 양국 간 조선업 협력이 대두되는 상황은 조선3사에 겹호재로 작용할 전망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폭탄이 수면으로 본격 부상한 4월부터 조선업은 대미 통상 전략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함께 주요 의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 측은 한미 조선 협력을 먼저 언급하며 미국 내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기술 이전, 조선 인력 양성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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