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의 홈 구장인 대전충무체육관에 모인 인도네시아 팬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의 홈 구장인 대전충무체육관에 모인 인도네시아 팬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이 프로배구 V리그 국제화를 향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국제화의 주된 목표는 한국 배구의 체질 개선 및 V리그 운영 선진화 그리고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향상이다.

KOVO는 지난 2023년 ‘GLOBAL KOVO’를 목표로 7가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컵대회 해외팀 초청 및 국제 대회 유치 추진 ▲구단 유소년 배구 클럽팀 활성화 ▲프로배구 출범 20주년 기념사업 ▲유망 선수, 지도자 육성 해외 연수 프로젝트 ▲인공지능(AI) 기반 비디오판독 시스템 운영 기술 개발 ▲V리그 사용구 교체 ▲통합 플랫폼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핵심 골자다.

실제로 연맹은 매년 국제화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23-2024시즌부터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해 아시아 선수들을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V리그 아시아쿼터는 팀당 한 명씩 둘 수 있는 외국인 선수에 더해 아시아 국적 선수로 한정해 한 명의 외인을 더 둘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후 아시아 배구 간 교류 활성화와 각 팀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피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피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첫 시즌에는 동아시아 4개국(일본·몽골·대만·홍콩)과 동남아시아 6개국(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미얀마) 총 10개국에서 대상으로만 진행됐던 아시아쿼터 적용 국가는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배구연맹(AVC) 등록 65개 전체 회원국으로 확대됐다. 확대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V리그에 입성한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통합우승 주역인 미들블로커 신펑(중국)과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의 아포짓 스파이커 알리 하그파라스트(이란) 등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여자부는 흥국생명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탠 미들블로커 피치(뉴질랜드),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장위(중국) 등이 준수한 기량을 뽐냈다.

V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감독 모시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24-2025시즌에는 20년 V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6명의 외국인 감독(남자부 5명·여자부 1명)이 V리그에서 지도력을 과시했다. 성적도 좋았다. 2024-2025시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6개 팀 중 4개 팀(남자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현대캐피탈, 여자부 흥국생명)이 봄 배구에 진출했다.
2024-2025시즌 남자부,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감독도 모두 외국인 사령탑이다.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달성했다. 2022-2023시즌부터 흥국생명을 지휘한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도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이뤘다.

필립 블랑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필립 블랑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최근 V리그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령탑과 선수들과 활약하는 가운데 KOVO는 국내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국제 교류전’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2023년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는 남자부 파나소닉 팬더스(일본), 여자부 슈프림 촌부리(태국)를 초청했다. 2024년 통영·KOVO컵에서는 프레스티지 인터내셔널 아란마레(일본)가 여자부에 참가했다.

또한 KOVO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명문 구단 몬차를 초청해 국제 교류전을 성사시켰다. 대한항공과 V리그 남자부 간판선수들로 구성된 팀 KOVO가 한 경기씩을 치렀다. 지난 19, 20일에는 한국-태국 올스타 슈퍼 매치가 6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 2017년 태국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2019년까지 두 국가를 오가며 개최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돼 지난해까지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열렸다.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올스타 팀은 태국과 2경기를 진행했다.

여자배구 한국-태국 올스타 슈퍼매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배구 한국-태국 올스타 슈퍼매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KOVO는 지난 4일 일본 SV.리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한일 톱 매치’ 재개에 관한 기대감도 키웠다.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6번 열린 한일 톱 매치는 V리그와 일본 SV.리그의 팀들이 맞대결을 벌이는 국제 교류전이다. 한국과 일본의 1, 2위 2개 팀씩 4개 팀이 나서거나, 우승 팀만 출전해 단판 대결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전을 펼쳤다. 하지만 2016년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고, 최근 10년 동안 열리지 않았는데 최근 KOVO의 노력으로 한일 톱 매치가 부활하는 분위기다.

KOVO는 감독,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의 국제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조국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메가는 여자부 소속팀 정관장 흥행에도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메가가 팀에서 활약한 뒤에 인도네시아 팬들이 급격히 늘었다. 홈 경기장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인도네시아 국기가 흔하게 보이고, 히잡을 쓴 인도네시아 여성 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2024 한국·이탈리아 글로벌 슈퍼매치 관중 입장.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4 한국·이탈리아 글로벌 슈퍼매치 관중 입장. /한국배구연맹 제공

KOVO는 외국인 팬들이 더 많이 V리그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KOVO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V리그에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 많이 노출하고, 콘텐츠도 많이 만들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 팬들이 V리그에 많이 유입될 수 있게 국가별 자막도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팬들의 V리그 직관(직접 관람)이 늘어난 가운데 KOVO는 현지 티켓 구매 등 접근성 등도 개선할 방침이다. KOVO 관계자는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V리그를 즐기고 있다. KOVO의 목표는 해외 팬들이 현장 발권이 아닌 온라인으로 V리그 티켓을 구매한 뒤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외국인 팬들의 접근성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다각도로 노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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