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

[한스경제 송진현] 대학 졸업 후 6개월 간 참치잡이  원양 어선에 몸을 싣고 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그는 극한상황을 체험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심한 폭풍우를 만나 생명의 위험을 느낀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온 종일 쉬지않고 이어지는 참치잡이에 때로는 끼니도 제때 챙겨먹지 못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고된 노동을 했던 것이다. 1980년대 말이어서 참치선의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그럼에도 갑판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동료 선원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능히 헤쳐나가는 뚝심을 배양할 수 있었던 것도 선원으로 일했던 경험 덕분이다.

1963년 전남 강진에서 출생해 서울 경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국 최고의 증권사를 일궈낸 한국투자금융그룹 김남구 회장 이야기다.

김남구 회장은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2남2녀 중 장남이다. 부친의 뜻에 따라 대학을 나온 후 동원산업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6개월간 선원 생활을 했던 김남구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대리로 입사해 본격적인 금융인의 길을 걷기시작했다. 1999년 전무와 200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2002년에는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사장 재직시절 추진한 것이 2004년 매물로 나온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M&A 였다. 1997년 IMF 사태를 겪었음에도 동원증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비축해 둔 자금력을 바탕으로 당시 증권투자업계 수위를 달리던 두 회사에 5412억원을 베팅,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감한 승부수였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05년 합병해 한국투자증권으로 재탄생한 뒤 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김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이 한국 제1의 증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후 총 2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완성해 나가면서 그의 이름 뒤에는 ‘M&A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53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증권업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김 회장이 올해들어 보험사 인수를 적극 추진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업 진출로 금융그룹의 밑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카디프생명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현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막대한 규모의 보험사 고객자산을 증권 및 자산운용사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경우 계열사 간 윈윈이 가능한 것이다. 증권사에서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새로운 마케팅 지평을 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중소형 증권사였던 동원증권을 발판 삼아 한국 최고의 투자금융그룹을  일군 김남구 회장이 보험사 인수로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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