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관절운동 25만번 필요한 로봇 마라톤으로 하드웨어 기술력 입증
휴머노이드 시장 3~5년이 골든타임...한국은 잃어버린 3년
"중국은 1에서 100으로 확장 특징…휴머노이드도 전기차 같을 것"
최근 IT(정보기술) 산업의 추세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단순히 앞선 정도가 아니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달리기 시합은 중국 로봇 굴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 신화통신
최근 IT(정보기술) 산업의 추세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단순히 앞선 정도가 아니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달리기 시합은 중국 로봇 굴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 신화통신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최근 IT(정보기술) 산업의 추세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단순히 앞선 정도가 아니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달리기 시합은 중국 로봇 굴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1월 저비용·고성능 AI '딥시크'가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듯 이번 대회는 중국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는 걸 입증했다.

'2025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겸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21대의 중국산 로봇은 21km의 경사로와 커브길이 섞인 하프마라톤 코스를 달렸다. 샤오미·유비텍 등 유명 하이테크 기업이 베이징시 정부와 함께 투자해 설립한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의 '톈궁 울트라', 춘제 갈라쇼에서 대중적 주목을 받은 유니트리의 'G1'이 참전 로봇으로 이름을 올렸다.

로봇이 '달린다'는 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로봇이 21km를 달리는 것은 마치 25만 번의 관절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2족 보행 로봇이 2시간 이상, 다양한 장애물이 있는 도로를 스스로 달리기 위해선 첨단 기술들이 필요하다. AI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로봇 관절에 장착된 첨단 모터로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하며, 배터리 성능을 통해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즉 이번 대회는 속도보다 관절의 조율, 센서 강도, 배터리 에너지를 시험해 본 셈이다. 유니트리의 텐궁 울트라는 2시간 40분 42초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배터리를 3번 교체하긴 했으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고질병이던 관절 내구성과 열 저항성, 제어 안정성을 충분히 실증해냈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휴머노이드 마라톤'으로 하드웨어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전기차 시장과 유사한 초기단계로 본격적인 양산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5년의 골든타임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올해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탕젠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대회에서 "(마라톤은) 우리 로봇이 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험대"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는 2022년 말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계획을 공식 발표한 이후 지난해부터 제조업에서의 노동 인구 감소 우려가 심화되며 개발 기조가 강해졌는데, 시기상 중국 하드웨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로봇이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지속적이고 힘 있게 수행할 수 있다고 증명한 셈이 됐다.

중국휴머노이드 로봇 주요 모델 스펙 비교. 유비텍, 유니트리, 러쥐로봇, 케플러 등 대다수가 '2025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겸 류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에 참여했다.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딥시크 Everywhere'. 
중국휴머노이드 로봇 주요 모델 스펙 비교. 유비텍, 유니트리, 러쥐로봇, 케플러 등 대다수가 '2025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겸 류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에 참여했다.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딥시크 Everywhere'. 

중국 휴머노이드는 부품 국산화에 성공해 하드웨어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미국에 밀리던 소프트웨어 기술은 딥시크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보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딥시크 Everywhere'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0에서 1 만들기를 잘한다면 중국은 1에서 100으로의 확장을 잘 한다"며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가격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인재와 경쟁 심화 등으로 AI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소프트웨어, 방대한 시장, 정부 지원과 자본 유입으로 전기차 산업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전기차는 미국이 기술력으로 앞서다 중국의 높은 품질, 저렴한 가격에 역전당한 대표적인 시장이다. 이번에 중국이 미국 빅테크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해 만든 '딥시크' 모델이 AI 업계를 뒤집었듯, 로봇에서도 미국의 원천기술을 이용해 100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도 있다.

자연스레 한국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출시된 휴머노이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상표권과 기술을 이어받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 뿐인데, 이조차도 이족보행을 하거나 달리기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은 유비텍, 유니트리, 애지봇, 러쥐로봇 등이 휴머노이드를 만들고는 관중을 상대로 스펙 비교까지 감행했다. 

AI와 로봇 산업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잃어버린 3년'을 맞았다는게 전혀 빈말도 아니다. 20년 전 인터넷 산업이 시작됐을 때 뛰어난 기술과 투자로 흐름을 주도했던 'IT 강국'의 모습은 찾기 힘든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로봇은 실험실을 벗어나 현장에 적극 투입되기 시작되겠지만, 1→10 단계에서는 경제성(수익성)과 제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기업의 위치는 차원이 다르다. 2월 17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간담회에서는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 및 기타 5개 기업(화웨이, 비야디, 신시왕, 웨이얼반도체,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산업의 위상이 재확인됐다.

중국 테크 매체 36Kr은 2023년 중국에서 자금 조달을 받은 로봇 기업은 32개로 조달규모가 50억위안에 불과하고 이 중 휴머노이드 관련 건은 4~5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자금 조달 딜은 2023년의 약 9배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휴머노이드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중이다. 22일 계면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분석한 결과 유니트리, 유비테크, 애지봇(즈위안로보틱스), 갤봇, 중칭 로봇테크, 러쥐로봇 등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6곳에서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약 1000대 이상을 각각 양산할 계획이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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