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1900년대 산업혁명 초기 증기기관의 등장은 그동안 유지하고 있던 많은 산업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최근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시대를 통해 결제시장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직승인 영업을 둘러싼 카드사와 PG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티메프' 사태로 촉발된 미정산금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BC카드의 직승인 확장에 따른 PG업계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디지털 결제수단의 발전으로 결제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지급결제 프로세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양측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방법을 두고 정작 결제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가맹점)의 입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먼저 PG업계는 국내 카드결제 시스템이 오랜 기간 동안 비효율적인 구조 속에 정체돼 왔다고 주장한다. 그 중 승인과 매입 과정 사이에서 카드사의 독점으로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소비자와의 접점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PG사와 VAN사가 오랫동안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담당해왔다. PG는 Payments Gateway의 줄임말로 그야말로 결제를 위한 관문이다. PG사는 카드사가 직접 계약하기 어려운 온라인 쇼핑몰을 대신해 결제 업무를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PG사는 토스페이먼츠·KG이니시스·나이스페이먼츠·NHN한국사이버결제 등이 있다.
이어 VAN사는 Value Added Network로 오프라인 상점에서 입력한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카드사로 안전하게 전송하는 역할을 하며 고객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 따라서 한국의 카드결제 구조를 살펴보면 고객의 요청→가맹점→PG→VAN→카드사의 5단계를 거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BC카드와 PG사의 갈등은 BC카드가 PG사를 거치는 결제 시스템을 소비자→가맹점→카드사 등으로 축소하는 이른바 직승인 방식을 채택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BC카드는 직승인을 통해 결제단계의 축소가 이뤄질 경우 결제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이를 가맹점이나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맹점들은 수수료 및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 결제 서비스의 질이 오르게 되고 결국에는 고객 혜택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논리다.
반면, PG사들은 BC카드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결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PG사들은 BC카드가 직승인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절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지급결제 중 이익이 큰 우량 가맹점에 치우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카드사가 승인과 매입을 독점한 구조에선 가맹점은 카드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구조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양측은 비대면 및 온라인 결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결제시장에서 지급결제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 조차 양측의 이른바 ‘밥그릇싸움’에 가맹점과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즉시 일반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PG업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맹점과 PG사는 단 한 장의 우편물로 변경된 수수료율을 통지받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결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대의 요구를 PG업계가 받아들이지 않고 수익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순히 가맹점의 입장에서는 PG사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직접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수수료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사이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카드사 민원은 1만2968건으로 2023년(9323건) 대비 39.1% 늘어났다. 2022년(6720건)과 비교해서는 무려 2배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소비자와 가맹점에게 지급한 보상액이 12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들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유지해야 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카드 소비자와 이를 지탱하는 또 다른 고객인 가맹점이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