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올해 자동차 시장에 할인 열풍이 꿈틀대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2월 들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끌어올리고 있다. . 소비자들은 두손 벌려 '대란'을 환영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자칫 시장 질서가 무너지지 않겠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내수 시장 성적은 예상대로 폭삭 내려앉았다. 전달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10만3,674대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소비 위축 현상이 극심했던 작년 1월(10만6,308대)보다도 적다.

위기감을 감지한 자동차 업계에는 전에 없던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00대란’이라고 부를 정도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모델은 피아트 500X다.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인 피아트의 소형 SUV다. 2월 들어 FCA는 이 모델을 최대 1,090만원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할인 후 가격이 2,080만~2,790만원으로 국산 소형 SUV수준. 재고 소진이 목적이란다.
마니아들은 들썩이고 있다. 전월까지도 매달 판매량이 20대 전후였던 피아트 500X 모델. 할인 판매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계약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중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하루 계약량이 70대에 달했다고 알려졌다. 당연히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유독 국내 시장에서 힘을 못쓴 피아트가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유달리 고가 정책을 펼쳐온 피아트가 비로소 승부수를 내놨다는 평가다. 피아트는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예쁘면서도 저렴한 브랜드로 인지도를 넓혀왔다.
그 다음은 아우디폭스바겐이다. 최근 일부 매체가 아우디폭스바겐이 조만간 구형 모델에 재인증을 받은 후 40%에 달하는 할인을 적용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증 취소로 판매하지 못하고 평택항에 세워놓은 차들에 대한 ‘재고 털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아직 큰폭으로 할인된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를 구매할 수는 없다. 아우디폭스바겐 관계자는 이런 판매 계획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시장 질서를 파괴할 위험 때문에 차라리 독일로 돌려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증 취소된 차들이라 판매도 불가능하다. 티구안을 제외한 대부분은 리콜 승인조차 나지 않아서 재인증 계획도 묘연하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딜러들을 수소문하는 상황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매달 보관료만 15억원에 달하는 2만여대의 평택항 재고차량들을 빠르게 처리해야하는 상황. 사정상 차를 독일로 다시 보낼 수도 없어서 할인 판매만큼 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할인이 현실화되면 심각한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 미리 줄을 서놓는 셈이다.
국산차 업계에서는 쉐보레가 맥북을 선물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스파크, 올 뉴 말리부, 카마로를 구매하면 현금할인 80만원이나 맥북을 주기로 한 것이다.

동급 대비 비싼 가격으로 불만이 제기됐던 올 뉴 크루즈에도 이런 프로모션을 적용한다. 매일마다 계약 고객 중 한 명을 선정해 이번 달 중으로 차량을 출고하면 맥북을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맥북 말고 가격을 할인해달라는 주장도 내놓으면서 쉐보레 프로모션에 높은 관심을 표현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이런 할인 릴레이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할인률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으며 실제 계약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런 할인 판매가 더 늘어나야 자동차 업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좋은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프로모션이 자동차 시장에 과도한 가격 경쟁을 불러 일으켜 추후 시장 전체를 축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소비 의식도 위축된다, 특히 중고차 가격 폭락으로 기존 고객들의 금전적 피해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은 일시적으로 판매량을 늘려주긴 하지만 너무 심하면 부작용이 훨씬 크다”며 “소비자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추락, 더 나아가서는 시장 질서 훼손 우려까지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출시 때부터 적정한 가격을 매기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