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경기 침체나 불황기에 증가해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이 올해 들어 처음 감소했다.
19일 여신금융협회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지난달 소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국내 카드사 9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372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월 말(42조9888억원)보다 6168억원 감소했다.
카드론 잔액은 2023년 12월 이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8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해 7월 6207억원, 8월 6043억원, 10월 5332억원의 경우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12월에는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 들어선 2개월 연속 잔액이 늘었다. 난해 말 업계 카드론 잔액은 42조 3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상승했다.
카드사가 분기 말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카드론 잔액은 3·6·9·12월 등 매분기 말마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일부 상각해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돈이 상환된 것이아니라 더 이상 받을수 없는 돈을 정리해서 카드론 잔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다.
올해부터 시행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가계부채 규모와 리스크 수준을 금융권이 스스로 관리하는 기조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쏠림이나 중단없는 여신 공급을 위해 월별·분기별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3~5% 수준의 가계부채 목표치를 설정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카드론 등의 취급을 보수적으로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카드론 뿐만 아니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대환대출,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등도 감소했다. 지난달 말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7104억원으로 전월 말(6조7440억원)보다 336억원 감소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하면서 '돌려막기'하는 대환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조3762억원으로 전월 말(1조6844억원)보다 3082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613억원에서 6조8787억원으로 1826억원 감소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은 은행 대출과 다르게 신용카드 사용자가 별도의 담보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면서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카드론의 주 이용자는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다중채무자이거나 중·저신용자여서 돈을 제 때 갚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내수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체율 상승 우려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