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스비·조은·애큐온 등도 '줄매물'...투자금 회수 목적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매각가 '이견'...매각 장기 지연 우려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다수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 강제 매각 명령 등 저축은행 매각 원인은 저마다 다르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온 기업을 보면 업계 7위 상상인저축은행을 비롯해 오에스비(OSB)·조은·애큐온저축은행 등인데 매각 원인과 배경이 각각 다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는 대주주 사법 리스크로 금융당국의 매각 명령, 이외 다른 저축은행들은 대주주가 대부업체 또는 사모펀드여서 투자금 회수가 매각 목적으로 보인다. 공통적으로 모두 팔리지 못하고 있는데 업계는 매각가를 이유로 꼽는다.
이들 기업은 매각 지연이 장기화하는 모습인데, 올해도 업황 악화와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여신 부실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인수자가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산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순자산 가치에 대한 매수자·매도자 이견이 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업계는 "전체 79개의 저축은행들 가운데 인수합병 시장에는 5~6개 가량의 매물은 늘상 있어왔다. 알음알음으로 대주주 손바뀜이 계속 있었다"고 전했다.
업황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여신의 부실 인식도 가속화하면서 업계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를 부르고 있다. 신평사들은 올해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는 "요즘 업황이 안 좋아 힘든 저축은행들이 많다"며 "이유는 저축은행 주요 고객층 특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저신용자들로부터 받는 대출 이자가 수익 기반이다. 시장이 어려워지니 서민층과 이들 대상의 저축은행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F 여신 부실화로 인한 사업 악화 이외에도 이러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명령은 2019년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와 허위보고, 불법대출 등 혐의로 유준원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가 2023년 법원에서 확정된 게 배경이다. 이후 2023년 9월 금융당국은 상상인 두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유준원 대표를 이 두 은행의 대주주로서 적격하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이 두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지분율 100%의 '상상인'이다. 이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지분 22.62%의 최대주주 유준원 대표다.
당시 업계는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강제 매각 명령을 우려했는데, 결국 두 저축은행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상상인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와의 협상에서 3000억원대, 우리금융은 2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OK저축은행이 인수에 나선 상태다.
오에스비·조은·애큐온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물로 나왔다. 오에스비저축은행은 지분율 76.77%의 일본 대부업체 오릭스코퍼레이션이 최대주주다. 조은저축은행은 홍콩계 사모펀드 에스시(SC)로위(스페셜시츄에이션 투자전문 운용사)가 지분 99.99%로 최대주주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애큐온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애큐온캐피탈은 아고라 엘피(Agora. L.P.)가 지분율 96.06%로 최대주주다. 아고라 엘피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 에쿼티아시아'가 애큐온캐피탈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저축은행 매물 중에는 2019년에 매물로 나와 아직도 팔리지 않은 애큐온 같은 경우도 있다. 장기간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역시 매각가가 맞지 않아서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애큐온은 좋은 가격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팔겠다는 것인데 인수자가 나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바꿔 생각하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매물로 나온 기업이 버틸 체력은 된다는 것"이라고 봤다.
◆ 매물 나온 '상상인·오에스비·조은·애큐온', 건전성 지표 'NPL' 취약...업황 악화 속 매각 지연 장기화 가능성 커져
인수에 나선 OK저축은행, 매물로 나온 이들 상상인·오에스비·조은·애큐온 등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은 괜찮을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적어도 8%, 유동성비율은 100%를 상회할수록 좋다. 2024년 업계 평균 연체율은 8.52%,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약 10.66%인데 당장 고정이하여신만 봐도 통상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5%의 2배를 넘는다. PF성 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말 10.7%에서 2024년 3월 말 20.4%, 2024년 6월 말 28.9%, 2024년 9월 말 29.2%, 2024년 12월 말 27.3%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업계 경영개선권고, 적기시정조치 등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연체율은 9.05%,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7.56%로 좋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매우 심각하다. 연체율은 18.7%,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6.9%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엇비슷하다. 연체율은 36.72%,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2.78%다. 이 두 저축은행은 BIS 비율도 각각 10.50%, 8.87%로 업권 평균인 15%에 크게 미달한다.
조은저축은행 BIS 비율은 14.17%로 업권 평균에 가깝지만 연체율은 14.13%, 고정이하여신 비율 9.49%로 건전성은 좋지 않아보인다. 그나마 중견기업 애큐온저축은행은 연체율 8.94%, 고정이하여신 비율 6.78%로 이들 매물 중에서는 나은 편이지만 BIS 비율은 12.44%로 업권 평균을 하회한다.
업계는 "금융업은 일반 기업들과 달리 금융당국이 부실 기업에 대해선 법적으로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금도 업황은 매우 안 좋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업계 평균 자기자본비율이 약 15%를 보이고 있고 충당금 등도 있어 손실을 일부 흡수할 수는 있겠지만 고정여신이하비율, 연체율 등이 업계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태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속되는 업황 악화 속 이들 매물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매각 가능성에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