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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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정책이 90일 유예됐으나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식품업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급등하는 원재룟값에 또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속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1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1년 전보다 6.9% 높은 수치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발표한다.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품목별로는 곡물, 설탕 가격은 하락했으나 유지류와 육류 가격은 상승했고 유제품의 가격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식품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 수준으로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오를수록 타격이 커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환율이 더 널뛸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이어지면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게다가 미국발 관세 악재 등으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식품업계는 대외적 불안 속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원가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로 원재료 수급 불안과 가맹점 이익을 내세우며 메뉴 가격을 올린 바다.

올해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2020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월 2.2%로 올라섰고 2월에도 2.0%를 이어갔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3.6%를 차지했다. 2023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한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에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외식(3.0%) 역시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이달까지 대다수 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오비맥주, 오뚜기 라면·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남양유업 음료, 롯데웰푸드 소시지, 팔도, 써브웨이 등이 가격을 올렸다.

햄버거 가격도 올랐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0개 메뉴 가격을 평균 2.3% 인상했다. 롯데리아는 이달 65개 품목 가격을 평균 3.3% 올렸다.

가격 인상 행렬이 지속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한 감시에 착수하기도 했다.

다만 고환율과 관세 불안 속 업체들의 가격인상 행렬은 또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소비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 속 기업들이 감내한 부담이 컸다”라면서 “관세 리스크,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악재 속 원가 부담은 점점 더 커져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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