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기부·KISA, 2035년까지 국가 암호체계 PQC 전환 박차
한전 KDN, 라온시큐어, LGU+ 연합체 산업별 PQC 전환 맡아
PQC 정보보안은 '면역체계'...정부 지원 갈증 해소 기대
연세대학교와 IBM이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에 설치한 IBM의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을 공개하고 있다. / 연합
연세대학교와 IBM이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에 설치한 IBM의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을 공개하고 있다. / 연합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한국이 고성능 양자컴퓨팅 출현으로 현행 암호체계가 무력화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에 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도로 2035년까지 국가 암호체계 전반을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14일 과기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가 암호체계의 안정적 전환 준비를 위한 '2025년 PQC 시범전환 지원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산업계가 각자 효과적인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기관은 이를 검증할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에너지 분야에선 한전 KDN 연합체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사용량 원격 검침 시스템' 암호체계를 PQC로 전환한다. 의료 분야에서 라온시큐어 연합체가 세브란스 병원의 '의료 데이터 중계 플랫폼' 암호 전환을 맡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연합체는 '국가기술자격검정시스템' 등 국가 행정정보시스템의 암호체계 전환을 담당한다.

양자컴퓨터의 출현으로 향후 10~20년 이내에 현재의 암호 시스템이 파훼당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산업계는 양자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를 기반으로 설계된 PQC 개발에 앞장서왔다. 삼성전자의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25는 모바일 최초로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했고, 삼성SDS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양자내성암호 체계를 개발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양자내성암호 기반 통신 인프라를 통째로 개발 중이다. 드림시큐리티, 라온시큐어 등 양자보안 기업은 여러 산업군에 적용하는 보안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LG 유플러스
LG 유플러스

다만 암호체계 변경이 단순히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까닭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했다. 

PQC은 기존 암호체계에 비해 더 많은 계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다 하드웨어에 적용할 경우 암호 모듈이나 키 관리 장비를 새로 개발해야 한다. 양자기술이 완벽해져도 현재 인프라에서는 구현이 어려워 통신사들은 기존 통신 인프라에 양자암호를 실어 보내는 '하이브리드 보안' 체계를 채택하는 중이다.

윤효진 삼성 SDS 연구소 보안알고리즘 랩장은 2월 국방 세미나에서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양자내성암호 기술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비교해 예산 규모나 추진 속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박현우 라온시큐어 보안개발본부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PQC 전환은 단순한 암호 알고리즘 변경이 아니라, 전체 보안 체계를 바꾸는 일”이라며 “기존 인프라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며,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네트워크 장비, IoT 기기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과기부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기술확보, 제도정비, 절차수립, 암호체계 전환 지원, 인증 인프라 고도화, 산업 기반 구축 등 6가지 분야에서 액션플랜을 수립한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PQC 전환 실증사례가 확보되면 암호체계 전환에 필요한 모듈을 개발하고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상 문제점과 해결 방안, 실제 전환 절차와 방법론 등을 도출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자내성암호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합쳐 PQC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석호익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은 "빈틈없는 암호체계 전환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스터 플랜(안)’이 잘 마련되고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한국의 사이버안보 수준이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기부도 PQC 전환을 국가 정보통신 면역체계로 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우혁 과기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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