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제약, 위탁생산·영업대행사 체제 전환···지급수수료 ↑
삼성제약 "적정한 시점에 현금화해 임상비용 충당할 계획"
젬백스,신약물질 'GV1001' 가치실현 관건···바이오 사업부문 매출 전무
GV1001 췌장암 '치료제' 상용화 시점 내부 논의중···알츠하이머·PSP 개발도
삼성제약 본사/ 사진=삼성제약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제약이 신약 개발 중심의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한 배를 탄 최대주주 젬백스와 'GV1001'을 활용한 췌장암 치료제 개발 외에도 알츠하이머,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PSP)의 치료제로의 개발에 나서며 기업가치를 높일지 주목된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제약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때 경영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이듬해인 1998년 주력 부서인 살충제 사업부와 공장을 한국존슨에 매각하고 2002년 2월 KTB네트워크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화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2014년 바이오기업 젬벡스앤카엘(젬백스)이 지분 16.1%를 인수되면서 젬백스 그룹 계열사에 속하게 됐다.

 계열사간 복잡한 지배구조···김상재 대표 순환출자로 지배구조 유지

삼성제약은 2014년 젬백스에 인수되면서 지배구조도 복잡해졌다.

젬백스의 계열사는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3개, 비상장사 8개를 포함 총 11개사다. 3개의 상장사는 젬백스앤카엘, 삼성제약, 포니링크 등이다. 8개 비상장사로는 전염성질병 백신 개발업체 TELOID Inc,.(옛 Epimmune), 화련젬백스,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 젬백스링크아이, 젬백스인베스트, 지엘케이앤대부, 네오플라스 등이 있다. 이 중 TELOID Inc., 네오플라스 2개는 연결대상 종속회사이다.

복잡한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김상재 젬엔컴퍼니 대표가 있다. 젬앤컴퍼니는 2004년 설립된 도소매업, 기업경영 및 재무관련 자문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다.

김 대표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1997년 IMF를 겪은 뒤 당시 순환출자고리 형식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주사 제도를 1999년 4월에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대다수의 제약사들은 지주사 체제를 갖춘 것과 다르게 순환출자 구조다.

업계에서 순환출자 해소에 공을 들이는 것을 역행하는 행보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주사 격인 젬앤컴퍼니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젬백스 지분의 2.89%를 소유하고 있다. 젬백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11.14%를 소유한 젬앤컴퍼니다. 지엘케이에쿼티인베스트(8.07%), 삼성제약(5.88%)이 각각 2대와 3대주주다.

특히 삼성제약은 젬백스와 상호출자로 엮여있다. 젬백스는 지난해 삼성제약의 지분 10.46%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동시에 삼성제약은 젬백스 지분을  5.88% 보유하고 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젬백스와 상호출자 구조가 비용절감 차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내보유 여유자금을 단기투자 목적으로 지분증권에 투자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향후 적정한 시점에 현금화해 임상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간접판매 전환·수수료 부담···삼성제약 "콤비신주4.5g 공급 등 적자타개 노력할 것"

삼성제약은 2013년부터 12년째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별도 재무재표 기준 삼성제약의 영업손실은 △2013년 114억원 △2014년 198억원 △2015년 8억원 △2016년 61억원 △2017년 67억원 △2018년 41억원 △2019년 64억원 △2020년 104억원 △2021년 181억원 △2022년 139억원 △2023년 180억원 △2024년 14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제약은 2021년 향남 공장과 유휴 토지를 에이치엘비제약에 420억원에 매각한 이후 위탁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문제는 CSO(판매대행)을 통한 간접 판매 영업에 주력하며 영업적자를 이어지고 있다.

삼성제약의 지급수수료는 2021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급수수료는 CSO 등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2019년 23억원이었던 지급수수료 규모는 2020년 8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31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나마 지난해 지급수수료는 237억원으로 전년(318억원) 대비 약 25.5% 감소했다.

이와 관련 삼성제약 관계자는 "과거 노후화된 공장시설로 인해 높아진 제조경비를 절감하고, 리아백스주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1공장을 매각하고 위탁생산체제로 전환해 손실절감, 흑자전환을 꾀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장 양수도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처분의 여파로 인한 주사제 주력제품의 매출 저조,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한 경구제 제품들의 매출 감소, 동결건조제 수탁 저조 등으로 연속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제약은 영업손실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시장공급이 중단됐던 콤비신주의 변경허가를 진행해 올해부터 콤비신주4.5g의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용량(1.5g, 3g) 역시 내년부터는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우황청심원 역시 새로운 제조처를 수배해 올해부터 시장에 공급하고 있어 OTC 부문의 매출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 외 공장의 가동율 향상을 위해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젬백스, 지난해 부채비율 400% 넘어···삼성제약 '적자 책임론' 부각

업계에서는 젬백스가 삼성제약 인수 이후 10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자 경영 책임론도 일고 있다.  문제는 젬벡스가 미래 사업으로 바이오 영역을 낙점했지만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젬벡스의 영업손실은 △2022년 39억원 △2023년 79억원에서 지난해 383억원을 기록하며 확대됐다. 

젬백스 실적은 환경오염제어사업과 바이오사업으로 나뉜다.  지난해 환경오염제어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627억원으로 2023년 602억원 대비  4.12%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바이오사업 매출액은 전무하고 영업손실은 437억원에 달한다. 

젬백스의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420%로,  전년(25%)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2024년 당기순손실은 872억원에 달했고, 이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33억원 유입에서 2024년 284억원 유출로 전환됐다.  이는 경상연구개발비 급증에 따른 영업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젬백스의 단기성 차입금은 2023년 135억 원에서 2024년 342억 원으로 증가했다. 장기차입금도 2023년 100만원에서 1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264억원도 새롭게 발생했다. 2025년 들어서도 2월에 22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 'GV1001' 가치실현 관건···삼성제약 "GV1001의 가치 극대화 방안 모색"

업계에서는 삼성제약과 계열사 젬백스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약 후보물질 'GV1001'을 통한 기업 가치실현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GV1001은 삼성제약이 2015년 계열사 젬백스로부터 국내 판권을 받은 물질이다.

앞서 젬백스의 전신인 카엘은  2008년 1000만 달러 규모로 노르웨이 바이오기업 젬백스를 인수하면서 GV1001을 확보하게 됐다. 젬백스는 이듬해 회사명을 카엘에서 젬백스앤카엘로 변경하고 GV1001의 항암, 항염, 항산화 등 암 및 노인성 질환 적응증을 발굴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삼성제약은 2015년 GV1001을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50억원을 들여 젬백스로부터 기술도입했다. 2023년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로 추가 기술 도입했다. 

젬백스는 항암백신 GV1001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진행성핵상마비(PSP)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GV1001'의 진행성 핵상 마비(PSP)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삼성제약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을 승인받았다. 

같은해 4월 젬백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글로벌 2상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임상시험은 미국에서 83명, 유럽에서 116명으로 총 199명의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올해 상반기 임상시험 투약을 모두 완료하고 그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젬백스는 PSP 치료제 GV1001의 국내 2a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현재 2a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PSP 환자를 대상으로 12개월 연장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향후 글로벌 3상 임상힘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젬백스의 신약 개발 행보를 두고 우려도 나온다. 젬백스가 GV1001을 활용해 개발을 시도한 췌장암 치료제마저 17년째 아직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젬백스는 지난 2008년 덴마크 소재 법인 팜멕사(Pharmexa AS)로부터 노르웨이 소재 법인인 젬백스(GEMVAX AS)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항암백신인 GV1001를 획득해 췌장암 치료제 개발을 시도해왔다.  2021년 6월 GV1001 췌장암 3상 임상시험 결과 ASCO에 발표했다. 

당시 젬백스가 획등한 GV1001은 이미 임상1·2상을 통과해 시장에서는 젬백스가 임상 3상만 성공할 경우  빠른 시일 내 신약 생산·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삼성제약은 췌장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GV1001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입증했고 해당 내용은 SCIE급 학술지에 게재됐다. 현재는 경쟁품목 현황, 품목 허가 신청 및 상용화 시점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및 영업비용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고민이 있다"며 "이에 따라 당사는 장기적인 이익 창출의 관점에서 향후 약가 산정 등을 고려해 췌장암의 품목허가 신청 여부와 GV1001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대상자수를 약 180여명 줄여 750명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며,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사전절차를 점검 중"이라며 "환자 모집 속도와 대외적인 여러 요건들에 따라 임상시험 기간과 비용은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시작된 전공의 파업으로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사전절차 준비에 영향이 있어 지연되고 있으나 임상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