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마이크론, 美 관세에 D램 모듈·SSD 가격 인상
반도체,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사용돼 사실상 관세 영향권
삼성. SK하이닉스 로고 / 연합뉴스
삼성. SK하이닉스 로고 / 연합뉴스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생산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관세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정책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세 영향권에 있는 만큼 향후 가격 정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9일(현지시간)부터 메모리 모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가격에 추가요금을 부과키로 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반도체 품목이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은 아니지만 메모리 모듈과 SSD에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반도체 완제품’도 관세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도체 자체인 칩셋은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후공정 작업인 패키징을 통해 인쇄회로기판(PCB)을 붙여 부품이 아닌 완제품 형태가 되면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칩셋만 거래되는 사례가 드물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안대로라면 메모리 모듈과 SSD 등의 저장장치도 다른 제품처럼 관세가 적용된다. 이들 메모리는 자동차에서 노트북, 데이터 센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상호관세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품목별 관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불투명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은 해외 제조 공장은 중국과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로 아시아에 공장을 두고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들여온다. 이번 가격 인상은 마이크론이 최근 고객에게 통보한 메모리 가격 10% 인상과는 별개다. 중국을 비롯한 대만과 일본 등 주요 생산국에 고율 관세가 책정되자 그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엄청난 관세 폭탄에 가격 인상이 없이는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까지 마이크론의 인상 폭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며칠 새 추가 가격인상이 단행되는 만큼 반도체 업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모듈이 관세 적용 대상이라면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D램, SSD를 생산하고 있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 관세 10%, 중국은 125%를 부과받게 된다.

두 기업 모두 D램 반도체 모듈과 SSD 등을 PC나 데이터센터용 서버로 판매하는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메모리 전반이 관세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미 원가 인상과 수요 감소, 경쟁 심화에 시달리는 중인 반도체 업계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제품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우선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련 관세 정책을 면밀히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호관세 시행에 따른 실제 영향과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관세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향후 가격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섣부른 가격 인상은 비용 증가 및 시장 경쟁력 약화, 그리고 수요 감소라는 복합적인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제품 가격 상승은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구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이크론의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경쟁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시장 전체의 가격 상승을 초래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상호관세 조치에 따라 올해 반도체가 들어가는 각종  IT 기기의 시장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AI 서버의 성장률이 기존 28.3%에서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고 △서버 6.9% → 5.4~2.0% △스마트폰 1.5% → 0.0~-5.0% △노트북 5.0% → 3.0~2.0% 등으로 성장률 전망을 내렸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아시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고객사에 관세 문제를 스스로 해결토록 해야 한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마이크론과 유사한 접근방식을 취하려 한다고 전했다.

아시아의 한 낸드 모듈 제조업체 임원은 "세금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제품을 배송할 수 없다. (당신네 고객사의) 정부가 내린 결정에 우리가 책임질 수 없다"며 "이런 세율로는 어떤 회사도 '내가 부담하겠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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