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매년 내부통제 강화 천명에도 금융사고는 '여전'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나 은행의 금융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나 은행의 금융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올해도 내부통제 강화는 또 공염불에 그칠까. 

매년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에 은행 수장들은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어느 때보다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으나, 연초부터 금융사고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업 신뢰는 말 그대로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97건으로 2023년의 43건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10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 건수 역시 2023년엔 전무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10건이나 발생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금융사고로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가 무너지자 금융당국은 올해,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이에 은행권은 조직문화부터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천명했다. 

올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요 은행에서 매달 금융사고 공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7건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월, 239억5000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전현직 직원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부당대출을 실행한 것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가 이어졌고, 부당대출 규모는 기존보다 642억원이 늘어난 8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월에는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SC제일·NH농협은행 등이 세종시에서 발생한 전세대출 관련 금융사고를 잇따라 공시했다. 피의자는 세입자 명의를 도용해 주요 은행에서 불법적으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된 금융사고액은 KB국민은행이 22억214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IBK기업은행 22억1900만원 △신한은행 19억9800만원 △NH농협은행 16억5762만원 △SC제일은행 14억679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3월에도 금융사고 공시는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직원 횡령으로 17억72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업점 기업 수출입업무 담당 직원이 고객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아 유용한 것이다. 

4월에는 NH농협은행에서 올해 두 번째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204억9310만원 규모의 외부인에 의한 과다대출 금융사고로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으로 담보대출을 일으킬 때 감정가를 부풀려 대출을 내줬다. 다만 NH농협은행 내부 직원은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천명한 '금융사고 제로(Zero)'가 무색한 현실이다. 올해 공시된 금융사고가 모두 올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사고 발견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은행권에서 강조했던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금융수장들의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CEO(최고경영자) 타운홀미팅'을 통해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이며, 신뢰는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며, "윤리 의식이 0이 되면 금융사의 신뢰도 0이 된다"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주주총회에서는 그룹의 내부통제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라며 "그룹 전 임직원은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올 한 해 '신뢰받는 우리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한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내부통제를 확고히 정착시키겠다"며 △관리·감독, 모니터링 체계 전반 개선 △임직원 윤리의식 내재화를 약속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IBK 쇄신 계획'을 발표하며 "곪은 곳을 송두리째 도려내어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환부작신(換腐作新)’의 자세로 쇄신을 추진해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금 회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0일 임직원에게 "고객의 신뢰없이 금융회사의 미래는 없다”며, “우리 모두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농협금융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신뢰는 곧 금융사의 경쟁력이다. 올해도 '금융사고→내부통제 강화 천명'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면 금융산업 성장동력은 물론 존립 기반 차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고 제로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 수장까지 전면에 나서 금융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수장의 내부통제 강화 목소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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