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상인 교수의 밸류업 정책 비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3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방침을 피상적으로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주가부양과 기업 밸류업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결핍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다. 일본의 경우,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PBR(주당 순자산가치) 1배 미만의 상장기업들에게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요구하면서, 닛케이 지수와 토픽스가 각각 24.8%, 22.5%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일본 모델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기업 밸류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벌 자본주의'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에서 기업 밸류업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가치 상승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 밸류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기업 밸류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한국 주식 시장의 정상화와 경제 구조 개혁을 넘어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박 교수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인적자본과 기술력이 되고, 중소·중견 기업이 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며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노동개혁과 복지정책이 함께 맞물리면,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지는 사회로 전환될 수 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단순히 일본의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현실에 맞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밸류업 정책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기업 구조 개혁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주가 상승 정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 방향대로라면 일본 모델을 단순히 답습하는 데 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기업 소유구조 개혁을 포함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의 정상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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