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클라우드 3사가 한국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 획득을 마치고 국내 공공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완료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클라우드 1~3위 사업자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2월 구글 클라우드, 이달 아마존웹서비스에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도(CSAP) '하(下)' 등급(다 그룹용)을 매겼다.
CSAP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공공기관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다. 외산 3사는 '하' 등급을 취득함에 따라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공공데이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국민 홈페이지 운영, 관광지 안내, 차량 배차 및 유지 보수 등의 공개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인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는 긴장하고 있다. 이미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외산 CSP가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민간기업 중 60.2%가 AWS 클라우드를, 24.0%가 MS를 19.9%가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3개 기업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약 80%를 점유해왔다.
이번 CSAP 인증은 2023년 정부의 등급제 시행 및 국제 표준 암호기술 인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외부 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 망을 이중화시키는 '망분리'가 중요한데 이전에는 CSAP 요구 사항이 상당히 엄격해 시설 및 데이터의 물리적 분리 및 한국 내 데이터 현지화를 의무화하는 '물리적 망분리'가 필수적이었다. 지금은 가상화 영역의 망분리인 '논리적 망분리'가 CSAP '하' 등급에 사용된다. 완화된 망분리 정책에 따라 글로벌 기업이 물리적으로 한국에 별도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CSAP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하' 등급 만으로 접근 가능한 공공 시장이 매우 제한적인만큼 외산 CSP 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 등급에도 논리적 망분리가 허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에서는 CSAP 기준을 추가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연합체 BSA는 논리적 망분리를 상위 등급에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CSAP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하며 중등급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 반응은 양쪽으로 나뉜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마저 외산 3사의 진입이 허용 된다면 국내 기업의 입지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정체돼 있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한다며 '메기 효과'를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확실한 건 외산 3사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타진하며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프라 체급이 다르다는 얘기다. 글로벌 1위 사업자인 AWS의 경우 2016년 AWS 서울 리전 운영을 시작으로 증가하는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프라 및 서비스 확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2027년까지 약 7조85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고, 1만23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CSP들은 CSAP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으나 빅테크들은 통신사 손을 잡고 투자 없이 해당 절차를 건너뛰고 있다. 국내 업체로서는 억울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CSAP는 IaaS, SaaS, DaaS 인증 세가지로 구분되는데 MS가 KT와 손을 잡으며 IaaS 인증 통과 없이 SaaS나 DaaS 서비스를 인증받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논리다.
실제로 해외 빅테크들은 통신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MS와 KT는 5년간 한국의 AI 및 클라우드 부문에 18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는 한국 시장에 맞는 AI 모델 개발, KT 인프라 업그레이드, 공공 및 금융 부문과 같은 규제 산업을 위한 안전한 퍼블릭 클라우드 솔루션 출시가 포함된다. AWS는 LG유플러스와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