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적자에도 회장 일가에 수백억 유출
서울도시가스, 회장 일가 기업 7곳에 464억 매출 기여
김영민 회장 아들 개인 회사 SCG솔루션즈, 영업이익 163억
경쟁사 대비 저조한 실적 배경엔 비정상적 지출 구조
김영민 회장(우)과 장남 김요한 부사장(좌) / 사진=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우)과 장남 김요한 부사장(좌) / 사진=서울도시가스

[한스경제=정우성 기자] 수도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울도시가스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들이 연간 수백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도시가스의 연이은 적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이 흘러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23년에도 423억 회장 가족 회사로 흘러가

1일 기준 관련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SCG솔루션즈를 비롯한 7개 특수관계 법인은 지난해에만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 매출액 46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서울도시가스가 7개사에 423억원을 지급한 것에 비해 9.7% 늘어난 액수다. 

서울도시가스와 계열사 IT 인프라를 담당하는 SCG솔루션즈가 2023년과 2024년 각각 2883억원, 3564억원 규모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는 약 30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SCG솔루션즈는 김 회장의 장남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이 100%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익 163억원, 2023년 151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김 부사장과 SCG솔루션즈가 89.6% 지분을 가진 SCG랩도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 연 3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 고객들이 사용하는 '가스앱'을 SCG랩이 공급한다. 

SCG솔루션즈가 68.67% 지분을 가진 SCG그리드도 가스미터기를 서울도시가스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도시가스가 올려준 매출액만 105억원이다. 청소업체 홈텔리어도 서울도시가스 일감을 받고 있는데, 역시 SCG솔루션즈 자회사다.

이밖에 김영민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100% 소유한 자원개발업체 더고이, 김 회장의 첫째 딸 김은혜씨가 대표 겸 100% 주주인 유통업체 서울도시미디어, 둘째 아들 김종한씨가 소유한 커피·자원 거래업체 피델리도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SCG솔루션즈를 비롯한 7개 특수관계 법인은 지난해에만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 매출액 464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서울도시가스
SCG솔루션즈를 비롯한 7개 특수관계 법인은 지난해에만 서울도시가스를 상대로 매출액 464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서울도시가스

◆ 정작 서울도시가스 실적은 '비실비실'

이렇게 회장 일가족에게 회삿돈이 흘러가는 동안 코스피 상장사 서울도시가스는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조7038억원 연결 매출을 기록한 서울도시가스는 영업손실로는 10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영업손실이 32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이 1조7919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인 경동도시가스의 영업이익은 270억원이었다. 작년 매출(별도)이 9436억원인 인천도시가스의 영업이익이 19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도시가스의 수익성이 유독 부진한 셈이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결국 회장 가족회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 기업에 지출되는 비용이 포함된 판매비와관리비는 서울도시가스가 2192억원으로 경동도시가스(967억원)와 인천도시가스(968억원)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특수관계 기업들에 지급된 비용 일부 등을 포함한 제수수료도 서울도시가스는 489억원으로 인천도시가스(201억원)나 경동도시가스(154억원)에 비교해 크게 많았다. 매출에서 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2.87%로 세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상장 도시가스 3사 주요 재무 지표 / 자료=각 사
상장 도시가스 3사 주요 재무 지표 / 자료=각 사

◆ 배당에 소극적인 이유?...지분 살펴보니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98억원을 지급하기로 최근 주총에서 결의했다. 2023년 87억원과 비교하면 12.5%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43.37%에서 29.01%로 낮아졌다.  

서울도시가스는 김 회장 개인 회사 보운(26.27%)과 김 회장(9.54%)이 지배하고 있다. 특수관계 지분까지 합치면 51.25%다. 김 회장 자녀들인 김은혜 대표(0.02%)와 김요한 부사장(0.02%)의 개인 지분은 미미하다. SCG솔루션즈 등 자녀 회사들도 서울도시가스 지분이 없다.

오히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성홀딩스가 서울도시가스 13.20%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대성그룹 창업자 김수근 전 명예회장의 2001년 별세 이후 계열 분리를 거치면서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차남 김영민 회장, 삼남 김영훈 회장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배당 이외 방법으로 지배주주가 사익을 편취하는 '일감 몰아주기'가 나타나기 쉽다는 관측이 나온다. SCG솔루션즈를 비롯한 김요한 부사장의 회사들이 서울도시가스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서울도시가스 주식을 취득하는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인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사익편취의 주된 동기는 경영권 유지와 승계이며, 특히 세금없는 대물림을 가능하게 해서 조세형평성에 어긋나고 성실한 납세자에게 박탈감과 조세반감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정우성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