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격근무제 이용자 수,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뚝'
해외에서도 미국·유럽 등 지역 별로 인식 달라
카드사들이 코로나19 팬테믹 이후 사실상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카드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의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근무제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원격근무용 사무실이나 혹은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근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다만 이 같은 현실은 금융권 진출이 활발한 토스와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늘리는 것과 달리, 다소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A카드사는 지난 2022년 1440명 수준이었던 원격근무제(재택근무 포함) 사용자 수를 지난해엔 절반 수준인 725명으로 줄였다. B카드사 역시 같은 기간 1414명이 이용했던 원격근무제 이용자 수가 2년 만에 305명으로 급감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시행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시 응답기업의 91.5%가 재택근무를 시행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정부의 방역정책이 완화된 이후인 2022년부터 국내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재택근무 비중을 크게 줄여왔다. 

특히 2023년에는 매출 상위 50대 기업 중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를 밑돌았다. 나아가 재택근무를 시행한 적 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 기업은 38.7% 수준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국내 카드사들 역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대신 회사로 출근은 하되 직원 자신이 출근시간을 조절하는 시차출퇴근제, 소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의 시작·종료 시각 및 1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인 선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재택근무의 비중을 크게 줄인 이유는 재택근무가 기업 생산성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재택근무와 기업 생산성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면서도 "(재택근무의 경우) 보안 인프라가 갖춰진 업무환경이 아니다보니 사내 보안이슈의 문제가 다소 불거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업계의 이  같은 근무형태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최근 활발하게 금융권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네이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격근무제를 1회 이상 사용한 직원 수는 4352명으로 2023년(4394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네이버는 선택근무제 사용 직원들에게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근무시스템을 통해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사내 공간 및 외부(재택근무 포함)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공시했으며,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노사합의를 통해 직원들이 주 1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데믹 이후 해외에서도 일상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사무실로의 복귀는 미국, 유럽 등 지역 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엔데믹 이후 서구 은행권의 근무방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은행(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들은 학습과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사무실 근무를 옹호하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올해부터 재택근무를 없애고 주 5일 사무실 출근으로 근무형태의 변화를 주었으며, 주 3일 근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구글 역시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최소 주 5일 출근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국·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주요 은행의 경우는 재택근무에 대한 수용도가 높으며, 직원들의 강력한 요구로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를 정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인재 유치를 위해 유연한 근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일부 직원들에게 100% 원격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운격 근무 정책의 성공을 홍보해 온 도이치뱅크의 경우, 관리직원들에게 주 4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면서 격렬한 내부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실제로 국내 한 카드사 역시 2022년 5월 금융권 첫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지만, 2년 만인 지난해 이를 철회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결국 회사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며 노조를 설득해 반년 만에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 김세나 부전문위원은 "원격근무에 따른 직원간 소통과 협업의 어려움, 인력 양성의 질저하, 사내 문화 공유 부족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며,  "원격 근무로 사기 및 사이버 공격 노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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