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거래소 70년 독점 깬 넥스트레이드…다양한 호가방식 선봬
낮은 수수료와 12시간 거래 덕에 현재 796개 종목까지 확대
유동성 부족 등 초기 과제, 장기적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 기대
Ideogram ai를 이용해 그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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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 넥스트레이드가 지난달 31일 거래 가능 종목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간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해왔던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이 플랫폼은 투자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거래 시간과 비용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와 확장된 거래시간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코로나19 시기 증시 거래대금 급증이 대체거래소 출범 논의를 가속화했으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지난달 31일 거래 가능 종목을 대폭 확대하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해온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낮은 수수료와 유연한 거래 시간대를 제공받게 됐다. 이미지=금융위원회 
넥스트레이드가 지난달 31일 거래 가능 종목을 대폭 확대하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해온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낮은 수수료와 유연한 거래 시간대를 제공받게 됐다. 이미지=금융위원회 

◆ 퇴근 후에도 열린 증시... 하루 12시간의 기회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며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특히 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오전 8시~오후 8시)으로 확대되어 직장인들도 퇴근 후 투자가 가능해졌다. 거래 시간은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 메인마켓(오전 9시~오후 3시 2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오후 8시)으로 세분화돼 투자자들에게 폭넓은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혁신은 스마트 주문 시스템(Smart Order Routing, SOR)의 도입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은 별도 선택 없이도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더 유리한 조건을 자동으로 찾아 주문이 체결된다. 여기에 중간가 호가와 스톱 지정가 호가 등 새로운 주문 방식까지 도입되어 투자자들의 전략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 초기 과제는 유동성...안정화가 관건

하지만 대체거래소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 확대와 시세 왜곡 현상이다. 실제로 출범 이후 3주 동안 프리마켓에서만 14개 종목에서 18건의 상한가·하한가 체결이 발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조성자 제도의 보완과 거래량 제한(전체 시장의 15%, 개별 종목 30%)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초기 단계에서는 투자자 신뢰 확보와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동일 수준의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가격변동폭(±30%)을 비롯해 변동성 완화장치(VI),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등 각종 안전장치를 동일하게 운영하며, 공매도는 정규장 시간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대체거래소의 거래량이 전체 시장의 15%를 넘어설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 거래 종목 확대와 시장 안정성 확보

이러한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지난달 31일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가능 종목을 대폭 확대하며 투자자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출범 당시 10개 종목으로 시작한 거래 종목은 지난달 17일 110개로 늘어났고, 24일에는 350개, 31일에는 796개까지 증가했다.

다만 이는 당초 목표했던 800개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앱클론, 이오플로우(관리종목 지정)와 HLB생명과학(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등이 제외된 가운데, 넥스트레이드 양철준 부장은 "현재 796개 종목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추가 확대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거래 종목 확대와 함께 거래 방식도 다각화됐다.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요 종목 거래가 가능하며, 기존의 시장가·지정가 호가에 더해 '중간가 호가'와 '스톱 지정가 호가' 방식도 새롭게 도입됐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아직 거래할 수 없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새로운 주문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이 더욱 유리한 가격에 자동으로 매매를 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조치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서 운영 중인 대량매매(5천만원 이상)와 바스켓매매(5종목 이상·2억원 이상) 제도를 넥스트레이드도 도입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발맞춰 참여 증권사도 29개사로 확대됐다. 전체 시장 참여사는 15개사(교보, 대신, 미래에셋, 삼성, 신한, NH, LS, 유안타, KB, 키움, 토스, 하나, 한국, 한화, 현대차)이며, 프리·애프터마켓 우선 참여사는 14개사(다올, DB, BNK, 메리츠, 부국, 신영, IBK, iM, SK, 우리, 유진, 카카오페이, 케이프, 한양)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거래 종목 확대와 대량·바스켓매매 도입에 따라 모니터링과 내부통제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참여 증권사들과의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고,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제도 개선에 대해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전업 투자자 김민혁(가명)씨는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며 대체거래소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 같은 기대감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현재 해외에서는 미국 65개, 유럽 142개, 일본 3개의 대체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특히 미국은 대체거래소 도입 이후 거래비용이 줄고 시장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아시아 시장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특히 일본의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대체거래소 도입 이후 10년 동안 거래대금 비중이 1%에 머물렀으며, 그 이후에야 5%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초기에는 거래대금의 급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염 연구원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수수료 인하, 혁신적인 호가 시스템 도입, 거래 시간 연장 등 다양한 혜택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기회와 도전 사이, 새로운 장을 여는 넥스트레이드

이러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으로 70년간 이어져 온 한국 증시의 독점 체제가 막을 내렸다. 낮은 수수료와 혁신적인 거래 방식을 내세운 넥스트레이드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보와 안정화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초기 진통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배철교 연구원은 "대체거래소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검증된 제도"라며 "많은 선진국에서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급격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결과적으로 시장 선진화와 투자자 혜택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넥스트레이드 양철준 부장은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대체거래소에 대한 인지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견해는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가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한국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투자 문화 선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시장 참여자들이 힘을 모아 대체거래소의 성공적인 안착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제기한다. 이들은 "초기 시장의 안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거래소의 안정적인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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