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정산 사태 초래..."단기적 유동성 경색"
명품 플랫폼 이용자 수 감소세...작년 카드결제금액 59% 감소
경쟁사 트렌비·머스트잇 긴장..."현재 유동성 문제 없어"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최근 정산 지연을 초래한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명품 플랫폼 시장 전체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한때는 머트발(머스트잇·트랜비·발란)로 불리며 고성장했던 명품 플랫폼의 이른 추락에 유통업계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내수침체로 인한 명품 소비 감소, 쿠팡 등 대형 플랫폼 강세로 인한 온라인 쇼핑 출혈경쟁 속 명품 플랫폼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올해 1분기 계획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 입점사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다.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 회생절차는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회복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발란은 인수합병(M&A) 추진을 위해 이번 주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수는 1300여개로,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다.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130억원대로 추정된다.
앞서 발란의 정산지연 사태는 지난 3월 24일 시작됐다. 발란의 경우 입점사에 따라 일주일, 15일, 한 달 등 주기로 판매대금을 정산하는데, 이날 발란이 일부 입점사에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28일 밤부터는 발란 내 상품의 신규 구매 및 결제가 모두 막혔다.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7월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메프 또한 미지급 논란 초기에 전산 오류상의 문제라고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지금까지도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입점업체와 소비자 등 피해 역시 현재진행중이다. 당시 티메프 사태로 구매자 47만명(1300억원), 판매자 5만6000명(1조3000억원) 등 53만명이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발란 입점사들의 우려감 또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란 사태가 명품 플랫폼 전체의 위기를 시사하며, 서막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발란의 경우 지난 2015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724억원에 달한다. 2023년 감사보고서 기준 발란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392억원, 9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총계는 -77억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상태다.
경쟁사인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사정은 이보다 낫다. 2024년 재무제표 기준 머스트잇의 유동자산은 110억원, 예수금은 33억원으로 집계됐고, 트렌비의 유동자산은 80억원, 예수금은 35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 모두 예정부채까지 제외하더라도 보유 자산이 더 높은 수준이라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반적인 명품 플랫폼의 이용자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주요 명품 플랫폼의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9245억원)보다 약 59% 줄어든 37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이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주듯 이번 발란 사태 또한 명품 플랫폼 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시사하고 있다"라며 "남은 경쟁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