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모듈서도 경쟁 격화…국내 전자부품업계 '기술력' 앞세워 승부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애플이 아이폰 부품의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강화하며 애플 공급망에 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 의존도가 높은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초격차 기술, 원가 경쟁력 확보 전략 등을 내세워 전략을 내세워 추격을 따돌린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각각 아이폰용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1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엔드 스마트폰용 패널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74.3%로 중국(25.6%)보다 3배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OLED 개발·양산에 역량을 쏟아부으며 그 격차는 점차 줄고있는 추세다. 중국은 국내 업체에 비해 아직까지는 3분의 1에 미치는 수준이지만 2023년 15%에서 1년 새 10%p 가량 끌어 올렸다.
애플은 최신 제품인 아이폰16 시리즈 중 상위 모델인 프로·프로맥스에 LTPO OLED를 하위 모델인 일반·플러스에는 LTPS OLED를 채용하고 있다. LTPO OLED는 저전력과 고해상도 등의 특징을 가진 패널로 범용 제품인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 보다 수익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LTPO OLED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하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기술력 부족으로 아직 아이폰용 LTPO OLED는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플러스 모델에만 패널(LTPS OLED)을 납품한다. BOE는 수년간 프로 라인업 진입을 시도했으나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아이폰 전 라인업에 OLED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수익성이 높은 프로·프로맥스에만 집중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용 LTPO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022년(6.3%)보다 4배 이상 상승한 28.9%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사업 대상이 단일 고객(애플)으로 알려진 만큼 패널 단가를 낮추기 위한 애플의 공급처 다변화 노력과 수년째 애플에 문을 두드리는 BOE의 아이폰용 LTPO OLED 시장 진입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OE가 아이폰 LTPO 공급망 진입에 성공하면 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적기 양산 및 안정적 공급 체계, 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월 "지난해 개발, 품질, 원가 경쟁력 쪽으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해 온 만큼 올해도 차별화된 역량으로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메라 모듈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LG이노텍은 고배율 촬영이 가능하면서도 슬림한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는 접힌 줌 기술을 개발해 아이폰 상위 모델에 고부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고급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며 LG이노텍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카메라 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매년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흥행 여부에 따라 연간 실적이 좌우된다고 할 만큼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중국 업체들이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 일부 진입하면서 그간 애플을 독점해오던 LG이노텍의 점유율이 다소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수익성도 악화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광학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6612억원)보다 10%가량 줄어든 5966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중국 업체에 일부 카메라 모듈 물량을 주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수율이나 점유율은 현재 LG이노텍이 압도적인 위치에 있지만 중국 업체의 성장 속도를 봤을 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공급망 결정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 등 주요 신제품 출시를 약 1년 앞둔 시점부터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구성하고, 후보 업체를 대상으로 한 품질 검증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함께 범용(커머디티) 제품과 고부가·하이엔드 제품의 생산지 이원화 전략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상당 부분 커머디티화 되고 있다"며 "중국 경쟁사들과 가격 싸움을 하고 있는데, 기술 격차가 나지 않는 제품은 베트남 공장에서 하고 기술 차이가 나는 제품은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