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DB하이텍 실적 탄탄한데 주가는 왜 흔들리나
상법 개정에 따른 이사 책임 강화, 지배구조 리스크 부각
김준기·김남호 부자, 4년간 238억 보수에 소액주주 반발
DB월드 통한 DB메탈 합병, 부실 계열사 떠넘기기 논란
DB하이텍 주가 상승이 오히려 불리한 DB 지배주주들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개정안은 시행에 돌입한다.

변화의 핵심은 지배주주의 이익에 충실하지만 소액주주를 외면한 이사 개개인의 결정이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렸던 한국 자본시장과 지배구조 개선의 분기점이 될지가 관심사다.

이에 본지는 '상법 개정의 파장' 시리즈를 통해 재계 주요 그룹사들이 지닌 법적 리스크를 짚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LS 자회사 '줄줄이 상장'에 제동 걸릴까 
② 두산에 남은 '밥캣-로보틱스' 재편의 불씨
③ '한화에너지' 상장으로 한화그룹 승계 시동
④ DB하이텍 잘나갈수록 DB그룹 '불안불안'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 사진=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 사진=DB그룹

[한스경제=정우성 기자] 국내 최초의 순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DB하이텍은 DB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DB하이텍 주주들은 꾸준한 실적에도 흔들리는 주가에 불안해하고 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측과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DB하이텍 주가 상승이 김 회장 일가에게는 리스크다. DB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김준기 회장을 정점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뛰어들면서 불이 붙은 DB하이텍의 주주행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주들은 실적이 탄탄한 DB하이텍의 주가 부진의 원인을 김준기 회장 부자에게서 찾고 있다. 상법 개정 이후 DB그룹이 주주들과 적지 않은 분쟁을 지속할 기업 집단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DB하이텍 연도별 실적·배당성향 / 그래픽=정우성
DB하이텍 연도별 실적·배당성향 / 그래픽=정우성

◆ 김준기 부자, DB하이텍서 4년 238억 받아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난 3월 26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김준기 회장, 김남호 회장, DB하이텍의 조기석 대표와 양승주 부사장을 상대로 회사에 238억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측은 3월 20일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제안했으나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러자 법적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작년 12월 27일 DB하이텍 감사위원회에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으나 사측에서 "응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직접 소를 제기하게 됐다.

소액주주 측은 "김준기 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 미등기임원으로 매년 과도한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김준기·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에서 총 238억원을 보수로 받았는데, 이는 등기이사 중 사내이사의 총보수 73억원의 3배 이상이며, 2023년과 2024년의 경우 사내이사의 평균보수 대비 6배 이상으로 매우 높다"며 "같은 기간 회사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 배당금 1508억원 대비 16%,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1205억원 대비 20%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김준기 회장은 2024년 DB하이텍에서 34억5300만원을 받아 2021년 이후 총 118억원을 수령했다. 아들 김남호 회장은 지난해 연봉은 24억6400만원으로 전년 30억8900만원 대비 줄었으나, 2021~2024년 120억원을 DB하이텍에서 받았다. 

DB그룹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은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DB하이텍을 성장시켰다"며 "현재도 그룹을 이끄는 성과에 비춰, 급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준기 회장은 2017년 7월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이후 동부그룹 회장직과 계열사 임원직에서 물러났다. 동부 계열사는 같은 해 11월 1일 일제히 DB로 사명을 변경했다. 김준기 회장은 2021년 DB하이텍과 모회사 DB아이앤씨의 미등기 임원을 다시 달았다. 현재도 두 회사에서만 급여를 받고 있다.

표=경제개혁연대
표=경제개혁연대
2021~2024년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받은 배당액인 1206억원과 비교해 김준기·김남호 회장이 받은 급여는 238억원으로 20%에 달한다. / 그래픽=정우성
2021~2024년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받은 배당액인 1206억원과 비교해 김준기·김남호 회장이 받은 급여는 238억원으로 20%에 달한다. / 그래픽=정우성

◆ DB하이텍 자회사인 DB월드, 적자기업 DB메탈 합병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3월 24일 공시된 DB월드의 DB메탈 합병에도 분노하고 있다. 골프장 레인보우힐스 CC를 운영하는 DB월드는 지난해 지분 변동을 거쳐 DB하이텍이 81.7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이 DB월드 유상증자에 890억원을 투자한 결과다. 결국 DB하이텍의 자금이 부실 계열사 DB메탈로 이동하게 된 셈이다.

합금철 제조업체 DB메탈은 DB하이텍 28.83%, 김남호 회장 24.34%, DB인베스트 26.12%, DB아이앤씨 8.74%, DB스탁인베스트 7.16% 등으로 지분이 구성된 회사다. 최대주주는 DB하이텍이지만 실질적으로 김준기 회장이 최대주주인 법인 3곳과 김남호 회장이 66.36% 지분을 가진 가족 회사에 가깝다.

DB메탈은 작년 말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이 1396%(총부채 1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안 좋다. 과거부터 DB그룹은 상장 계열사에 DB메탈을 넘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2023년에는 DB아이앤씨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려 했으나 DB아이앤씨 주주들의 반발로 인해 계획을 접어야 했다.

DB하이텍 일부 소액주주들은 "결국 현금 사정이 가장 좋은 DB하이텍이 DB메탈의 부실을 떠안았다"며 "김준기 회장이 사실상 최대주주로서 DB메탈의 빚 보증을 섰고, 김 회장 측이 개인 자산으로 변제할 위기에 처하자 DB하이텍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DB메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의 지급보증 설정액이 작년 말 1084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특수관계자가 김준기 회장으로 보인다. DB아이앤씨와 DB하이텍의 감사보고서에는 DB메탈에 대한 지급보증이 없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3년 말 기준 1542억원 규모 지급보증자가 김준기 회장이라고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 경영진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반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DB하이텍 주가에 따라 계속적인 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DB그룹 측 관계자는 "DB월드가 DB메탈의 대규모 유휴부지를 확보하고 DB월드건설의 시공능력과 결합함으로써 부동산 개발시행, 설계관리, 시공, 관리 및 운영까지 부동산업 전 영역에서 역량을 내재화해 종합부동산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의 자회사 DB월드는 DB메탈의 합병을 결정했다/ 원본=공정위. 편집=정우성
DB하이텍의 자회사 DB월드는 DB메탈의 합병을 결정했다/ 원본=공정위. 편집=정우성

◆ DB하이텍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은 김준기 회장 측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DB그룹 지배주주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것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DB그룹은 금융 계열사와 제조 계열사라는 2개 축으로 나뉜다.

제조 부문의 핵심은 DB하이텍이다. 지주사격인 DB아이앤씨가 DB하이텍 18.68% 지분을 들고 있다. 김준기 회장 개인 지분 3.61%과 재단 0.62%, DB생명 0.60% 등을 합쳐도 23.91%에 불과하다. 

문제는 DB아이앤씨가 지주사격인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기를 거치며 DB하이텍 기업 가치가 커지면서 이슈가 생겼다.

공정거래법상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기업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지주사가 되면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DB하이텍 기업 가치가 커지면서, DB아이앤씨의 자산 총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나들게 됐다. 그러면서 DB아이앤씨가 지주사가 될 위기에 처하자 DB하이텍 지분 확보가 과제가 됐다.

현재 시가총액 약 2조원인 DB하이텍 11.32% 지분을 추가 확보하려면 DB아이앤씨는 약 2200억원이 필요하다. 작년 말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712억원인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김준기 회장 측이 DB아이앤씨에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김준기 회장 입장에서는 DB하이텍 주가가 내리는 것이 우선 지주사 전환 요건을 막고, 향후 지분 확보에도 유리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DB하이텍은 2023년 5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사업부(DB글로벌칩)을 자회사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다.

DB하이텍 기업 가치에서 팹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로 추산됐다. 이 과정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되면서 DB하이텍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DB하이텍 주가 흐름 / 자료=네이버 증권
DB하이텍 주가 흐름 / 자료=네이버 증권

◆ 행동주의펀드는 잇속만 챙기고, 주저 앉은 DB하이텍 주가

그러자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이런 DB하이텍의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사외이사 비중 3분의 2 유지,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을 요구한 것이다.

KCGI는 2023년 3월 DB하이텍 7.05% 지분을 확보했고 이 같은 주주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DB하이텍 지분을 DB아이앤씨에 넘겼다. DB하이텍이 KCGI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고 밝힌 뒤다.

DB아이앤씨는 당시 주가보다 높은 주당 6만6000원에 KCGI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렇게 KCGI가 수백억원 규모 차익을 남기는 동안 DB하이텍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KCGI 경영진에 배임죄 혐의 등을 적시한 고발장을 작년 11월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KCGI 관계자는 "DB그룹 측이 KCGI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하며 펀드가 가진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요청해왔다"며 "DB하이텍의 장기 성장성을 높여주는 일이라 판단해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소액주주들을 우습게 보고 고소를 남발하는, 그린메일(경영권을 담보로 보유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 방식으로 경영진에게 고가에 주식을 팔고 나가는 행동주의펀드는 심판받아야 한다"며 주주 행동을 지속할 의지를 밝혔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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