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국산 헬기 양산 경험·원제작사와 협력 강점
대한항공, 기술 이전...30년 이상 면허 생산 부각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1조원에 달하는 군용 기동헬기 ‘블랙호크’의 성능개량 사업을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벌인다. 두 회사는 각각 국내외 방산기업과 ‘드림팀’을 구성해 방위사업청에 자신들이 적임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블랙호크(UH/HH-60)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에 대한 입찰 제안서를 전날 방사청에 제출했다. 이 사업은 1990년대에 한국군에 도입된 블랙호크의 ▲기체 구조 개량 ▲항공전자 시스템 디지털화 ▲독자 공중침투작전 능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블랙호크는 공중 전투에서부터 병력 수송 등 여러 작전에 투입되는 육·해·공군의 핵심 전력이다. 군에서는 미국 시콜스키로부터 이 헬기를 도입해 현재 총 144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육군 특수작전용과 공군 전투 탐색구조용 36대만 성능개량사업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능개량 대상이 아닌 나머지 블랙호크는 운용 수명이 다할 때까지만 사용한다는 게 방사청의 계획이다. 헬기 36대의 성능을 개량하는데 총 9613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7년이다.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한 KAI는 블랙호크 개발사인 시콜스키를 비롯해 엘빗(이스라엘), 한화시스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KAI는 국산 기동헬기를 직접 설계·생산한 경험과 원제작사와의 협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KAI는 2006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과 국산 헬기 개발을 시작해 2010년 처음으로 ‘수리온’을 양산했다. KAI는 수리온을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설계에 따라 제작됐는지를 확인하는 감항인증 능력을 갖췄다. 헬기 생산 사업을 지속하며 성능개량에 필요한 개발·시험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확보한 것도 비교 우위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이라크와 1358억원 규모의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헬기 첫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KAI의 드림팀에 동참한 한화스시템은 수리온에 전자전장비 납품 이력이 있고 엘빗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에 각종 방호, 센서 등을 납품한 경험이 있다. 시콜스키는 KAI에 기술지원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대한항공도 LIG넥스원과 콜린스(미국)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시콜스키와의 기술 이전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블랙호크를 조립·생산한 경험이 강점이다.
이후 현재까지 30년 넘게 부분 성능개량과 창정비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 대한항공의 기술력에 콜린스의 독자적인 특작헬기 조종실 시스템, LIG넥스원의 국내 생존체계와 항전장비 개발 기술이 합세해 또다른 드림팀 구성을 마쳤다.
방사청은 제안서 실사 등을 거쳐 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K-방산의 헬기 사업 역량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 컨소시엄 중 누가 선택되더라도 이번 성능 개량 사업이 신사업 진출에 긴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K-방산과 국내 항공 산업 측면에서도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