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중국산 가전의 공습에 시달리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사업에서 매출을 올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국내에서 가전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과 중국 업체들 가성비 공세로 국내 가전 수요가 지지부진해지자 두 가전기업은 사후 관리를 결합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독 사업에서 월평균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1∼2월 누적 기준으로 구독 서비스인 'AI 구독클럽'에서 2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구독 사업에서 올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TV와 가전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까지 폭넓은 제품군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20%대였던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이 올해 2월에는 50%선으로 급상승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올해 2월 삼성전자 네오(Neo) QLED와 OLED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또한 최근 AI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AI 기능을 가진 제품군을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가전 구독 서비스 매출이 1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LG전자가 금윰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LG전자의 구독 서비스 매출액은 1조67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9628억원)과 비교할 때 73.7% 성장한 수치로 1년 새 약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8월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제시했던 목표치도 거뜬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 대표는 지난해 가전구독 매출이 1조8000억원(케어서비스 매출 포함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현재 300여개의 다양한 제품들에 대해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도 LG전자는 구독 서비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성과와 올해 전략을 소개하며 "B2B와 구독형 가전, 웹(web)OS 플랫폼 등 비하드웨어 중심 사업, 소비자 직접 거래 채널 확대가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영역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3년 전보다 13%포인트 늘었다"며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71%에 달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수요와 가격 변동성이 낮은 B2B에 역량을 집중하고, 구독·플랫폼 등 순환형(Recurring) 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비하드웨어 사업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전자업계가 구독 서비스 주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과 다양한 최신 제품을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춰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교체 주기가 7∼10년에 달하는 TV·냉장고 등 대형 가전도 소비자가 원할 때 부담없이 바꿀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서 가전 구독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잰걸음을 보이고 있으며 LG전자역시 동남아 지역에 이어 인도,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성능뿐 아니라 구독료에 포함된 업체별 차별화된 케어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구독서비스가 최근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제품 라인업이 지속 확대되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