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이 단순 표 대결에서 우세하나, YPC 보유 지분(25.42%)의 의결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
지난해 순환 출자 고리가 만들어졌음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됐는데 같은 논리로 YPC 의결권 제한될 가능성 있음.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이 최 회장 측 승리를 좌우할 수 있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은 영풍 측을 지지하는 분위기.
홈플러스 사태로 MBK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표심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있음.
[한스경제=정우성 기자] 고려아연이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회장과 이사회 진입을 노리는 영풍·MBK파트너스가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단순한 표 대결에서는 영풍 측이 유리한 상황이며, 영풍 자회사인 와이피씨(YPC)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올해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최 회장 측이 '상호 출자' 관계를 이유로 영풍이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SMH→영풍→YPC→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YPC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 우호 지분 4% 잃은 최윤범 측, 단순 표 대결 '불리'
26일까지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되던 기업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상당수가 지난해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된 지분은 LG화학(1.89%),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고 구본무 LG 회장 사위) 측(0.8%), 한국투자증권(0.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0.7%) 등 총 4.19%에 달한다.
이를 제외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03%, 현대차 미국법인이 보유한 5.05%, ㈜한화의 1.14%를 합쳐 총 24.22%가 남는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취득한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해온 김우주 기아 전무는 최근 고려아연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주총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지만, 분쟁이 심해지자 기업들이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하며 이탈하는 분위기다. 현재 한화그룹(1.14%) 정도만 최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풍 측은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41.26%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세부적으로는 ▲영풍 자회사 YPC(25.42%) ▲MBK 측 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8.1%)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및 특수관계인(7.74%) 등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9.8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 측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최 회장 측은 이를 제3자에게 넘겨 의결권을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 보면 영풍 측의 실질 의결권은 45.77%에 달하지만, 최 회장 측은 26.87%에 불과하다.
◆ YPC 의결권 인정이 관건
최 회장 측과 영풍 측은 YPC가 보유한 고려아연 25.42%의 의결권 인정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만약 최 회장 측 주장대로 해당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영풍 측의 실질 의결권은 17.57%로 줄어들어 최 회장 측(26.87%)에 밀리게 된다.
1월 주주총회에서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25.42%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됐다. 이를 위해 최 회장 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영풍 10.3% 지분을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일정 지분을 가진 순환출자 고리 내 회사 간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영풍 측은 이에 맞서 "SMC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므로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주식회사를 동원했고, ㈜영풍은 유한회사를 등장시켰다. 고려아연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SMC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선메탈홀딩스(SMH)에 넘겼다. ㈜영풍은 유한회사인 YPC를 설립해 고려아연 25.42% 지분을 보유하도록 했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도 YPC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최종적으로 법원이 이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상호출자 주식회사 간에만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유한회사 YPC는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홈플러스 사태로 악화된 여론이 주총 뒤집을까
다만 아직까지 최 회장 측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액주주들의 15.25% 지분과 국민연금 등이 보유한 9.41% 지분이 최 회장을 지지하면 YPC 지분의 의결권 제한과 무관하게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7.49%이던 고려아연 지분율을 같은 해 10월 4.51%로 줄였다. 5% 이상 주요 주주가 아니기에 정확한 현재 지분율은 밝힐 의무가 없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을 논의한다.
그러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 회장보다 영풍 측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글래스루이스, ISS, 서스틴베스트,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 한국ESG기준원 등은 최 회장 측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다수 제시했으며, 영풍 측 안건에 찬성했다.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영국의 PIRC 정도만이 최 회장 측 안건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최 회장 측이 지난해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제한한 것이 부정적으로 비춰진 모양새다.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해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 회장 측을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를 인수한 MBK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소액주주와 기관의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MBK 측 이사 후보 등에 반대한 한국ESG평가원도 "MBK·영풍 측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의사결정에 따라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비철금속 사업의 전문성에서 MBK파트너스가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 판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행위들을 살펴보면, 적절한 이사회 구성이라는 본질을 추구하기보다는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둔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는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면서 "양측이 추천한 각 이사가 고려아연을 경영하기에 적합한 전문성·독립성·윤리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한 논의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K 측은 최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라고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청구하는 등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돌입했다고 26일 밝혔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보유한 ㈜한화 지분 7.25%을 한화에너지에 저가로 넘겼다는 이유다.
정우성 기자 ws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