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AI 생산성 향상, 나누는 것…공동체 유지에 도움"
이재명 "정부, AI 민간 전문성 존중한다는 생각해야"
[한스경제=주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를 만나 “AI산업을 국가 자본으로 투자해 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물었다. 이른바 보수층의 공격을 받았던 ‘K엔비디아 지분 공유론’을 다시 띄운 것이다. 이에 하라리 교수는 AI시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와 인공지능(AI) 시대의 윤리와 국가의 역할 등을 두고 100분간 일대일 대담을 나눴다.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에도 두 사람은 비대면 대담을 나눈 바 있다. 하라리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책 ‘넥서스’를 최근 출간해 홍보차 방한했다.
이 대표는 “AI 시대에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공동체가 산업 발전에 투자해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나눌 필요가 있지 않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제가 인공지능(산업)에 국부펀드가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게 어떨까, 세금을 걷는 것도 방법이지만 사업 자체에 공공이 참여하는 게 어떨까 말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공격을 많이 받았다”며 하라리 교수에게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이에 하라리 교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혁명 당시처럼 혁명적인 변곡점에서는) 대기업들의 저항을 극복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정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혁명 가운데 소외되거나 배제된 이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AI혁명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혁명이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훈련받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정신 보건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부의 독점’과 양극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에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갈 텐데 결국 이 생산의 결과물을 특정 소수의 기업이 독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기술 발전의 성과를 특정 부류가 독점하며 결국 더 나쁜 세상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하라리 교수에게 물었다.
이에 하라리 교수는 “신뢰가 단 하나의 열쇳말”이라며 “인공지능을 우리(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더 많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중요한 세계 지도자들이 정반대로 하고 있다. 국가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국제 법과 협약에 대한 국가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알고리즘이 사람을 한쪽으로 몰아서 한쪽 사고만 하게 하는 게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윤리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또 “기술 개발에는 유인이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강력한 동기는 돈벌이고 그다음이 군사적 동기”라며 “윤리적 규제를 아무리 만들어내도 군사적 요인에 의한 개발 욕구는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과 관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위조 인간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SNS의 목표는) 사용자 접속 시간을 늘리고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시간을 더 보내게 하라는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능력이 사라졌다. 알고리즘 AI(인공지능)에 너무 많은 힘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계엄령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위조) 인간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정부 영역은 매우 뛰어난 영역으로 우리 사회를 선도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민간 영역의 전문성이 정부 관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밝혔다. 이어 "(관료가) 규제나 산업 현장에 대한 통제 욕구가 있다. 권력이 있으면 행사하고 싶다"며 "그것을 절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것을 스스로 절제해야 하고 민간 전문성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정부 차원에서 해야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는 AI 이야기를 한마디도 안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표 같은 정치인이 이런 자리를 갖고 정책적 해결을 생각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화답했다.
주진 기자 jj7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