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케이블 대형변압기 특화...美 전력망 현대화 핵심역할 기대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국 전력망이 노후화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위기에 직면하며 한국 전력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전력 인프라 개선 사업이 한국 기업들에게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회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23일 북미 전력신뢰성협회(NERC)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의 절반 이상이 향후 5~10년 내에 에너지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송·배전망 노후화, 전력 수요 증가, 발전소 폐쇄 등이 얽혀진 변화다.
미국 전력망의 가장 큰 문제는 노후화된 인프라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용 중인 대형 변압기의 평균 수명은 38년으로, 이미 설계 수명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상태다. 송전선의 70%가 25년 이상 됐고, 대형 변압기는 평균 40년이 넘었다.
반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022~2030년 전력수요가 연평균 2.4%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의 전력수요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센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북미 총 전력수요가 2023년 470GW(기가와트)에서 2030년 567GW로 97GW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15GW에서 45GW로 증가해 북미 전력수요 증가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전력망의 노후화는 한국 기업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고압 케이블과 대형 변압기 생산에 특화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은 지난해 7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의 엘리자베스강 연안에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겠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12만평 부지 총 바닥 면적은 2만1000평에 달한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LS전선은 버지니아주 정부로부터 665억원의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받을 예정이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에너지부(DOE)의 1372억원을 포함해 총 2027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 등으로 LS전선은 2024년 매출 6조7700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18.2% 증가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9월 미국 전력 회사인 LS 파워 그리드 캘리포니아로부터 320kV VSC-HVDC(초고압직류), 500kV HVAC(냉난방공조) 전력 프로젝트의 케이블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900억원 규모의 이 계약은 실리콘밸리와 산호세를 포함한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력망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 지역은 최근 AI 관련 비즈니스와 첨단 IT 기업의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대한전선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에만 7200억원의 신규 주문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미국 동부 지역에서 19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대한전선이 미국 내에서 확보한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국내 대표 전력기기 3사로 꼽히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도 지난해 미국의 변압기 수요 급증의 혜택을 받아 연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매출 3조322억원(전년 대비 22.9% 증가), 영업이익 6690억원(전년 대비 112.2% 증가)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의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전력기기 부문이 전년 대비 50.6% 성장했다.
효성중공업도 2024년 매출 4조8950억원(전년 대비 13.82% 증가), 영업이익 3625억원(전년 대비 40.58% 증가)을 달성했다. 특히 4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8.4%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상승했다.
LS일렉트릭도 2024년 매출 4조5518억원(전년 대비 7.6% 증가), 영업이익 3897억원(전년 대비 20% 증가)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도 매출 1조3595억원, 영업이익 119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76% 증가했다.
향후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전력망 시장에서의 수혜에 힘입어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력망 노후화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한국 기업들에 기회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과 관세 발표는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면서 현지 생산 거점 설립 투자를 통한 현지생산 체계 구축도 더 고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