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테더(USDT)는 기술적으로 비트코인보다 단순하지만, 전 세계에서 안정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혁신적인 분산원장 기술을 보유한 비트코인은 왜 실패했을까.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기술의 우수성이 신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 '완벽한 기술'의 치명적 역설
한편 테더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도메인 등록업체 네임칩(Namecheap)을 시작으로, 트라발라닷컴(Travala.com), 익스피디아닷컴(Expedia.com) 등 대형 여행·숙박 플랫폼들이 잇따라 테더 결제를 도입했다. 스트라이프(Stripe), 페이팔(PayPal)과 같은 주요 결제 서비스들도 테더와의 협력을 통해 송금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VPS 호스팅 서비스 제공업체 스넬닷컴(Snel.com)의 참여로 테더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더 거래를 공식 허용하면서, 제도권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이는 테더가 디지털 자산 사업체에 채택되고 태국 내 공식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반면, 혁신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비트코인은 실용화 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021년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도입과 3개월 만의 철회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소매업체를 운영하는 김혁준 씨는 비트코인 결제의 심한 가격 변동성을 지적하며, "오전에 받은 결제 금액이 오후에는 10%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떤 소상공인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겠냐"라고 반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래의 비가역성이다. 암호화폐 거래에서 한 번 전송된 코인은 취소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 한 예로 2023년 2월, 한 미국 소비자가 주소 입력 실수로 12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영영 잃은 사례는 비트코인 결제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 규제와 제도, 신뢰의 진짜 조건
비트코인 결제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제도적 신뢰'의 부재다. 법적 지위가 모호한 가운데 각국의 과세 정책도 제각각이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분류해 매 거래마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며, 이는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서의 활용을 크게 저해한다. 커피 한 잔을 사면서도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실용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연구소장 마이클 존슨은 "비트코인의 미래는 기술 발전보다 제도적 신뢰 구축에 달려있다"며 "안정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없이는 실생활 결제수단으로서의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의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기술적 혁신으로 비트코인의 결제 시스템 안정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제 해결에 5~7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며, 결국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 성공 여부는 기술력보다는 사회적 신뢰 구축에 달려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