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차등 수수료 도입에도 외식 매출 회복 기대감 없어
이중가격제 외식 물가 상승 압박 우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최근 프랜차이즈업계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가맹점들은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외식 물가 인상과 다름없다. 결국 배달비에 더해 음식값까지 오른 셈이라 소비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18일부터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배달플랫폼에서 주문 시 아메리카노 제외한 모든 제품에 배달 전용 판매가가 적용된다. 제조 음료는 300원, 베이커리·RTD(Ready to Drink)·RTE(Ready to Eat)·스틱커피 등 일부 품목은 500원 오른다.
이디야는 “최근 시장 환경 변화와 배달 수수료 인상 등으로 가맹점 운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과 장기적인 품질 유지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다. 이디야멤버스 자사 앱의 배달·포장 서비스는 변동사항 없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이중가격제를 도입 중인 프랜차이즈는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 KFC, 배스킨라빈스, 파파이스, 한솥도시락, 본아이에프 등이다. 맘스터치는 가맹점 1450곳 중 48곳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가맹점들은 높은 배달 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고 말한다. 최근 배달앱이 상생 방안으로 내놓은 차등 수수료로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점주들은 사업장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으로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에 5.68점)’로 꼽았다.
프랜차이즈에서 이중가격제 바람은 지난달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 중개 수수료를 9.8%에서 2.0∼7.8%(부가세 별도)로 낮춘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타결한 상생안에 따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한다. 매출 상위 35% 이내는 7.8%, 상위 35% 초과∼80%는 6.8%, 80% 초과∼100%는 2.0%를 각각 적용한다. 쿠팡이츠 역시 배민과 같은 차등 수수료를 다음 달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소비자를 내세워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이중가격제를 내세우는 건 이기적인 행태로 보인다”라며 “사실상 이중가격제 원인으로 배달앱을 지목하는데, 프랜차이즈 자체 앱에서도 배달비는 비쌀뿐더러 배달앱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가맹점의 이중가격제 도입은 현행법상 막을 수 없다. 가맹거래법상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개별 가격 정책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중가격제 도입 확산은 향후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현재 외식물가는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보다 상승폭이 컸다.
향후 외식산업 전망 역시 어둡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 전망 지수는 79.39로 지난해 4분기 전망 지수(83.65)보다 4.26포인트 하락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