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51만원 추가소요...특수업종 고려하지 않아 현실성 없다”
소상공인 부담 최소화…수익성 악화 보전 지원 등 로드맵 필요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측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단체 등은 최근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근로기준법은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됐으며 정부는 근로자 권리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이번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경우 사업장은 주 52시간 준수,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모든 사안의 적용 대상이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538만6553개에 달한다. 충분한 대비 없이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일괄 적용은 소상공인이 사업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내몰릴 수 있는 큰 부담”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소공연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시 5인 미만 사업장 1개사당 연간 351만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공연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근로기준법 확대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시도는 소상공인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권기섭 경사노위원장은 “소상공인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의 장 마련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노사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자체가 원천 적용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고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공연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경우 소상공인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폐업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PC방, 숙박업, 편의점, 대리운전 등 특수한 상황의 소상공인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은 이미 경기 침체와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운영이 일반적이며 야간 근무와 휴일 근무가 불가피하나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들은 PC방이나 숙박업의 경우에도 근로자 근무 환경이 일반 사업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기본적으로 시간 단위로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할 경우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근로자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소공연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근로자 권리 보호라는 명분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장관은 “우리 사회 전체 지도층이 함께 해결할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돼 소상공인협회와 공동으로 조사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영업자 단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간 합의를 도출하고 소상공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면 세분화된 접근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차등 적용이나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측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소상공인들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보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주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인 미만 위장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곳이 14만개 이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어 그간 정부가 주장한 사업장 쪼개기 편법 제재 측면에서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단순히 법적 강제로만 이뤄지면 소상공인들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