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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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가상자산 시장의 '김치코인'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위믹스(WEMIX)의 90억원 규모 해킹 사태와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들의 세무조사 착수가 겹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 '또 뚫렸다' 위믹스 해킹에 쏟아지는 의혹

지난달 28일 위믹스는 ‘플레이 브릿지' 서비스에서 865만 4860개(약 88억원) 규모의 코인이 해킹으로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해킹된 코인은 77개의 지갑 주소를 거쳐 쿠코인, 비트마트, 바이비트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 7곳으로 분산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는 즉시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으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원인 미상의 해킹’이 발생한 코인은 상장 폐지될 수 있어 ‘재상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2022년 11월 유통량 위반으로 상장 폐지된 후 재상장에 성공했던 위믹스가 맞은 첫 대형 악재다. 당시 위믹스는 공시한 유통량보다 실제 유통량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바 있다.

◆ ‘불법 상장피’ 의혹에 들끓는 거래소들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세무조사는 김치코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들이 조사 대상이다. 특히 상장 과정에서의 불법 ‘상장피’ 의혹과 자금 흐름의 불투명성이 집중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2020년 10월 코인원에 첫 상장된 피카코인은 미술품 조각 투자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대규모 사기 의혹에 대표적인 코인으로 자리잡았다. 

피카코인은 상장 초기 개당 50원대의 가격으로 시작해 2021년 4월에는 약 14배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었고, 현재는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된 상태다.

피카프로젝트의 공동대표 송모씨와 성모씨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고가 미술품 조각 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약 200억원에 달하며, 피해자는 1만46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 ‘보안은 뒷전’...줄줄이 터지는 해킹 사고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상장 코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업비트가 가장 많은 12개의 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업비트는 엠블(MVL), 메디블록(MED), 보라(BORA) 등 총 12종의 코인을 상장해 거래하고 있으며, 빗썸은 글로벌 메이저 코인인 솔라나(SOL)와 게임·메타버스 관련 코인인 샌드박스(SAND), 스테픈(GMT), 엑시인피니티(AXS) 등 8종의 코인을 상장하고 있다.

고팍스는 위믹스(WEMIX)를 비롯해 엠스퀘어(MSQ), 엠블(MVL) 등 8종의 코인을 상장하고 있으며,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5종의 코인을 운영하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각각 특색 있는 코인들을 상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보라(BORA)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의 주요 거래소에 모두 상장되어 있으며, 밀크(MLK)와 디카르고(DKA)는 업비트와 코인원에서 동시 거래되고 있다. 위믹스(WEMIX)의 경우 코빗과 고팍스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제한된 유동성과 불투명한 운영 구조라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분기별 심사가 의무화되면서, 김치코인들은 더욱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강화를 통해 부실 프로젝트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검증된 프로젝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 있는 A 대표는 “현재 김치코인 시장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근본적인 신뢰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투명한 운영 체계 구축과 철저한 보안 감사, 그리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검증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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