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글로벌 경쟁 심화...S&P, 차입금 확대로 신용등급 'BBB+'에서 'BBB'로 강등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 10월 발표한 새로운 기업 비전인 ‘배터리 제조를 넘어 에너지 순환 생태계 중심으로 도약’을 통해 야심찬 실적 목표를 밝혔지만 현재의 재무상태와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엔 물음표가 제기된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회사는 2028년까지 매출을 2023년 33조7455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EBITDA(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 마진을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 공제를 제외하고 10% 중반대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ESS(에너지저장시스템), UAM(도심항공교통) 등 비(非) 전기차(Non-EV) 사업 확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 기반 확보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중장기 비전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상태와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낙관적인 목표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영업이익 감소와 낮은 수익성이 문제로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25조6196억원, 영업이익 575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4.1%, 73.4%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액공제를 포함한 수치로, 세액공제액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1분기 316억원, 2분기 2525억원, 3분기 177억원, 4분기 6028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에 2024년 영업손실은 3292억원으로 향후 IRA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재무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Non-EV 사업 확장의 어려움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UAM 등 Non-EV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고 있지만 현재 ESS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와 ESS 합산 배터리 시장에서 CATL(36%), BYD(15%), EVE(4%), CALB(4%), Gotion(3%), Sunwoda(1%) 등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63%에 달한다. ESS 시장만 놓고 보면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약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SNE리서치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와 ESS 출하량 기준 10% 점유율로 3위 에 올랐지만 한국 배터리 3사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며 “2023년 24%였던 국내 3사의 점유율이 16%로 8%p 하락한 이유로는 LFP 배터리의 빠른 확산이 꼽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열 안정성이 뛰어나 ESS뿐만 아니라 EV에서도 채택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3사는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이어서 중국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차별화를 통해 기술혁신으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지만, 차세대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는 2027년 이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이후에, 리튬황 배터리는 2027년 이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자보상비율도 재무건전성에 물음표를 갖게 한다. 지난 5일 공시한 LG에너지솔루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은 102%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간신히 충당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3% 급감한 5754억원을 기록한 반면, 이자비용은 79% 급증한 5642억원에 달한 데 따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은 2023년 685%에 비해 급격하게 하락한 상황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이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우려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4일 LG에너지솔루션의 조정 차입금 규모가 2025년 1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한 높은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설비 투자 감축에도 불구하고 재무성과가 기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미 지역의 합작 법인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조정 차입금 규모는 2024년 약 13조원에서 2025년 약 1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차입금 증가가 수익성 저하와 맞물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기존 2.5배에서 3.5배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인터배터리 2025에서 “올해 1분기 또는 상반기가 배터리 업황의 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46시리즈와 LFP, 셀투팩(CTP) 등 다양한 제품으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