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지난 3년간 현대카드·커머셜이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했음에도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수가 70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카드·커머셜이 지난 몇 년동안 인력 적체 해소에 공을 들였음에도 대내외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직원들의 신청률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커머셜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약 한 달 간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해 약 20명(양사 합계)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희망퇴직 접수는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현대카드·커머셜은 약 39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제공하는 역대급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접수 마감일이었던 지난 7일까지 회사를 떠나겠다는 직원들의 수가 저조하자 양사는 계약직 재취업 조건을 추가해 접수기한을 21일까지로 연장했다.
앞서 현대카드·커머셜은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도 입사 20년차 이상 시니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각각 11명과 36명의 직원을 내보낸 바 있다. 이에 총 3년 간 회사를 떠난 직원 수는 67명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신한카드가 1968년생부터 1974년생인 시니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62명이 회사를 떠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신한카드가 내건 희망퇴직 조건은 월 임금의 24개월 치의 특별퇴직금과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재채용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높은 임금 수준이 낮은 희망퇴직율과 관련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현대카드와 신한카드의 직원(기간제 근로자 포함) 1인 평균급여액은 각각 1억2210만원, 1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양사가 약 500만원 수준의 평균 급여 차이가 존재하지만, 신한카드의 평균 근속연수(18년 4개월)가 현대카드(8년)보다 10년 이상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카드의 임금 수준은 업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업황의 악화 역시 시니어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부터 경기침체·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카드업계는 올해도 비용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억대 연봉으로 알려진 시니어 직원들을 데려가기란 쉽지 않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에서는 '밖이 더 춥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업황 악화로 재취업이 힘들다"면서 "시니어 직원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 같은 저조한 희망퇴직자 수에 현대카드·커머셜 내부는 난감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난 3년간 항아리형 인력 적체 구조를 해소할 명목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인력 적체가 가장 심한 카드사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현대카드의 1급 직원 수(차·부장급)는 387명(26.52%)으로 전체 직원의 30%에 육박했다. 이는 2급 직원인 과장급(331명·22.68%)의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일본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이른바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는 점도 현대카드가 인력구조 개선의 절실했던 이유로 꼽힌다. 차기 플랫폼의 개발 및 기존 플랫폼의 개선을 위해서는 인력 효율화를 통한 더 많은 개발 인력의 수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권의 인력 적체 현상은 비단 카드사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저조한 희망퇴직은) 어려운 카드업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