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용철 회장, 경영권 박탈...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사내이사직에서 해임.
지분 담보 대출 불이행...52.5억원 대출 상환 실패로 보유 지분 8.23%로 축소.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 83.5억원 대출 만기 도래, 상환 못하면 1.80%로 감소.
50억원 미상환 고소...담보 제공 약속 불이행으로 사기죄 피소.
주주 반발로 내부 경영진도 변화...소액주주연대가 주도해 새로운 이사회 구성.
비피도 인수 실패 사례..600억원에 인수 후 150억원에 매각, 80억원 횡령 사고 발생.
아미코젠 사옥 / 사진=아미코젠
아미코젠 사옥 / 사진=아미코젠

[한스경제=정우성 기자] 바이오의약품 소재 전문기업 아미코젠을 창업한 신용철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고도, 보유 지분도 대부분 매각될 위기에 놓였다. 경영 복귀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 셈이다.

신 회장은 소액주주들에 의해 사내이사직에서 해임된 데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 담보권 실행으로 지분이 줄고 있다. 신 회장은 50억원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당하기까지 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이 보유한 아미코젠 보통주 240만4583주(전체 발행 주식 수의 4.37%)가 매각됐다. BNK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에게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 52억5000만원을 이달 만기까지 상환하지 못했고 채권자들이 담보권 실행에 나선 결과다.

신 회장 보유 아미코젠 지분은 8.23%로 줄었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지켰다. 아미코젠에는 신 회장말고는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가 없어서다. 하지만 아직 신 회장에게 남은 채무 때문에 이 지분도 추가로 매도될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이 아미코젠 6.43% 지분을 담보로 하나증권 등에서 83억5000만원을 빌린 계약도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만약 담보로 잡힌 지분이 모두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으로 매각되면 신 회장 개인 지분율은 1.80%가 된다.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 / 사진=아미코젠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 / 사진=아미코젠

◆ 82억 빚 남은 상황...50억 안 갚아 고소당해

그러나 현재 신 회장의 자금 사정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경찰서에는 최근 신 회장을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이 날아들었다.

신 회장은 작년 4월 이 모씨에게서 50억원을 빌렸다. 고소인 이 씨에 따르면 신 회장이 아미코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지도 않았고, 현재까지 원금과 이자도 전혀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이 고소 요지다. 

신 회장 측 박성규 변호사는 "계약 당사자인 이 씨 외에 실제 자금 공급자가 따로 있다"면서 "상환 대상이 결정되면 즉시 이자와 함께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주들 "신 회장, 아미코젠서 물러나라"...내부 경영진도 반란

신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서 해임됐다. 측근인 박성규 변호사도 사외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신 회장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들도 선임되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창업자가 해임되는, 국내 주주행동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가 남게 된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건과 신 회장과 갈라선 이사회가 제안한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건이 통과됐다. 아미코젠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12월 10% 지분을 모으면서 주주행동에 나섰다.

신 회장 측의 지분율이 당초 13.08%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주주연대에 동참하는 지분율이 30%를 넘겼다. 소액주주연대는 신 회장 해임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사회 내부에서도 신 회장에 반발하는 이사들이 나타났다.

신 회장은 전략적투자자(SI)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광무를 유치하고, 광무 경영진을 아미코젠 이사로 세우고 자신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코스닥 상장사 광무는 오정강 엔켐 대표가 소유한 아틀라스팔천에 인수된 기업이다. 

그러나 주주들은 "기업사냥꾼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반발했다. 여러 차례 최대주주 변경을 거친 광무가 과거 무자본 M&A의 창구로 이용된 전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3년 상장한 아미코젠은 제약·바이오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15년에는 한 주당 가격이 3만원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미코젠 주가는 내리막을 걸으며 지난해 3075원까지 하락했다. 신 회장 퇴진을 호재로 반등에 성공해 현 주가는 43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아미코젠 주가 흐름 / 자료=네이버 증권
아미코젠 주가 흐름 / 자료=네이버 증권

◆ 600억에 인수한 비피도, 150억에 팔기도

소액주주들은 신 회장의 경영 실패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랫동안 아미코젠을 믿고 투자해온 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선 배경이다.

아미코젠은 2022년 당기순손실 458억원, 2023년 207억원에 이어 작년 9월 말 기준 122억원으로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 회장의 경영 실패 사례로 코스닥 상장사 비피도 인수가 있다. 유산균 제품을 만드는 비피도는 2021년 7월 아미코젠이 600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아미코젠은 비피도를 환인제약에 150억원을 받고 넘겨야 했다. 그에 앞서 같은 해 6월 비피도 재무팀장이던 A씨가 회삿돈 80억8000만원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비피도에는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아미코젠은 비피도에 투자한 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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