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가 1259명인데, 이중 41% 가량인 500명 이상이 올해 상반기 중 임기만료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 김혜양)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50대 그룹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 및 2곳에서 활동하는 전문 사외이사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공정 자산 기준 상위 50개 그룹 중 올해 1월 이후로 임기가 남아 있는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중복 포함 1259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해당 회사 이사회에 처음 참여해 활동 중인 신규 사외이사는 40.6%인 511명이었고, 재선임된 인원은 59.4%로 748명이었다.
그룹별 사외이사 인원을 보면 SK그룹이 8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계열사 숫자가 많은 영향이다. 이어 ▲농협 85명 ▲현대차·롯데 74명 ▲삼성 71명 ▲KT 59명 ▲한화 58명 ▲카카오 52명 순이다.
이들 중 올해 상반기 임기가 공식 만료되는 인원이 516명이다. 이중 대다수가 3월 주총 전 임기가 끝난다. 2025년 7월~2026년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이들은 504명, 2026년 7월~2027년 6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들은 239명이다.
상반기 임기 종료 인원 중 79명은 지난 2019년부터 사외이사 임기가 시작됐다. 국내 관련법에선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6년으로 제한해 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3월 주총에 맞춰 이사회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SK 12명 ▲현대차·LG 8명 ▲삼성 7명 등 4대 그룹에만 35명이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SK하이닉스의 하영구 ▲SK텔레콤 김석동 ▲SK 김병호·염재호 사외이사가 2019년부터 같은 회사에 적을 뒀다. 이들이 떠난 자리 누가 새로 영입될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자동차에서만 윤치원·유진오·이상승 사외이사 등 3명이 동시에 물러난다. 이 자리엔 이미 김수이·도진명·벤자민탄 을 신규 선임한 상태다.
이들 중 김수이 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와 벤자민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무·회계전문가다.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는 반도체 전문가 출신으로 손꼽힌다. 현대자동차는 전문성은 물론 여성과 외국인 사외이사가 명단에 포함되며 지배구조 차원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외부 평가다.
LG그룹은 ▲LG 한종수 ▲LG전자 이상구 ▲LG이노텍 박상찬 사외이사의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 이에 LG는 재무에 밝은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 교수를, LG이노텍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지낸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LG전자는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과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강성춘 서울대 경영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은 인물들을 영입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이한조 ▲삼성중공업 남기섭 ▲삼성바이오로직스 허근녕 사외이사가 이번에 그만둔다. 이 자리엔 ▲삼성전자 이혁재 ▲삼성중공업 김상규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승호 사외이사가 신규로 낙점됐다.
이혁재 사외이사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에 전진배치한 것. 김상규 현 한국조달연구원 이사장은 조달청장을 지낸 바 있으며, 이승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이번 조사에서 50대 그룹 계열사 중 두 개 이상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중복 포함 202명이다. 개별 인원으로 보면 101명이다.
이들 101명을 성별로 분류하면 남성이 72명으로 다수다. 그러나 여성 사외이사도 29명으로 30% 가까이 근접한 것은 과거와 다른 분위기다.
또한 5년 단위 출생년도별로 살펴보면 1965~1969년 사이가 35.6%로 가장 많다.이어 1960~1964년 25.7%, 1955~1959년 17.8% 순이다.
1970~1974년 9.9%, 1975~1979년 5%, 1980년 이후 2% 등으로 아직 본격적 세대교체라고 부르긴 어렵다.
참고로 단일 출생년도를 찾아보면 1967년생이 12명으로 최다다. 대표적인 인물은 ▲삼성전자·HD현대건설기계 유명희 ▲현대모비스·OCI홀딩스 강진아 ▲한화·SK바이오사이언스 권익환 사외이사 등이 동갑내기다.
경력별로 보면 대학 총장이나 교수 등 학자 출신이 44명으로 가장 많다. 학자 출신은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영입 1순위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서승환 전 연세대 총장이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현재 HD현대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자 다음으로는 고위직을 지낸 행정 관료 출신이 27명으로 많다. 특히 전직 장·차관급 거물 관료 출신이 11명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과 효성의 사외이사인 유일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이 있다. 그는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 출신은 18명이었다. 이중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김소영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도 효성과 삼성화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삼성물산과 한화에너지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유니코써치에서 사외이사 및 지배구조를 담당하는 보드랩의 정경희 부문장은 “몇년 전만 해도 다른 기업에서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인물을 선호했지만, 최근 대기업에서는 사외이사 경험이 없더라도 기업의 핵심분야 깊은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인재를 찾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는 이사회에 오랫동안 활동하며 기존 틀에 익숙한 사외이사보다는 차별화된 역량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를 통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돌파해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에서 저명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분위기도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장기적 성장 전략,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등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적극 영입하는 데 추세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