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회사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꾸준히 매도하고 있어
과거 유상증자에 우리사주조합으로 참여해 지분 5% 확보
올해 10조 규모 추가 수주 계획이 있지만 주가 과열 우려도
[한스경제=정우성 기자] 지난해 7조1314억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기록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52% 이상 뛰었다. 올해도 체코 원전을 비롯한 수주 목표를 10조7000억원으로 제시한 상황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 임원들은 보유 주식을 팔고 있다. 회사 사정에 가장 밝은 임원들의 매도는 주가가 고평가 상태라는 신호로 읽힌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이상언 두산에너빌리티 상무 등 임원 2명은 자사 주식 7166주를 최근 장내에서 매도했다. 이들이 판 주식은 약 2억원 규모다. 지난달에도 이 회사 이정현 상무가 자사 주식 1000주를 2360만원에 매도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올해 들어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작년에는 임원 10명이 두산에너빌리티 3만4961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6억7735만원 어치 주식이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매수한 임원은 1명으로 1808주를 3500만원에 사들였다.
2023년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임원 14명이 자사 주식 8만1217주를 장내에서 14억96만원에 내다 팔았다. 같은 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산 임원은 없었다.
◆ 3년 간 신주 '3조' 발행...임직원들 적극 청약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2022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증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그래서 임직원이 보유한 주식 물량이 상당하다. 이것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매물로 쏟아지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주당 5550원에 4717억원 규모, 주당 6050원에 466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0년 1조2125억원 규모 유증을 하면서 신주를 9980원에 발행했다. 2022년 주당 1만3850원에 1조1478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때마다 우리사주조합에 20% 물량을 우선 배정해왔다.
주가가 부진하던 시절에 유증을 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이후 주가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사주를 받은 임직원들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상승폭은 최근 1년 기준 70%가 넘는다. 연초 이후에만 상승률이 52% 이상이다.
25일 종가인 2만8250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증 참여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104%에서 409%에 이르는 셈이다.
그 결과 2020년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40%에 달했으나 2021년 말에는 2.72%로 줄었다. 2023년 말에는 1.43%로 또 절반 수준이 됐다.
작년 9월 말 기준 0.58% 지분에 해당하는 369만5330주만이 우리사주조합 계좌에 남아 있다.
임직원들은 우리사주조합에 주문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임직원은 개인 계좌로 주식을 옮긴 다음 직접 시세를 확인하며 매매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우리사주조합에서 인출된 주식은 매도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임원과는 달리 직원은 자사 주식 매수와 매도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 '밥캣' 분할합병 재추진 가능성
통상적으로 회사 사정에 밝은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악재로 여겨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사주가 많은 회사는 주가에 따라 직원 사기가 좌우될 정도"라면서 "임직원들의 관심사가 회사 주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수익비율(PER)는 약 44.31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38배다. 핵심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PER가 같은 기준으로 8.41배, PBR이 0.77배임을 고려하면 두산밥캣에 비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과열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 주가 수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옮기는 사업 재편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12월 두산그룹은 사업 재편을 보류했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매수청구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 최대 6000억원으로 정한 한도 규모를 넘길 것이 예상되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대로 돌아섰다"면서 "향후 다양한 대응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사업 재편을 포기할 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두산밥캣이 없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앙금 없는 찐빵'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실적에는 두산밥캣 실적이 반영된다.
2024년 9월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계열사를 단순 합산한 연결 조정 전 영업이익은 8753억원이다. 이 중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이 6912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두산밥캣을 넘긴다고 가정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조정 전 영업이익은 1841억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2023년에는 그 숫자가 1600억원, 2022년에는 1732억원이 된다. 두산밥캣을 넘긴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 증권가선 "주가 더 오른다"
다만 현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달 6개 증권사가 두산에너빌리티 보고서를 발간하며 목표가를 높였다.
신한투자증권이 3만6000원에서 4만원으로 높여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2만6500원→3만3000원), 하나증권(2만5000원→3만3천원), 대신증권(2만6000원→3만5000원) 등이 두산에너빌리티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최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원전, SMR, 가스터빈’이라는 퍼즐이 두산에너빌리티라는 멋진 그림으로 맞춰지는 중"이라며 "수주 잔고 믹스 개선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고 견조한 가스터빈에 대형 원전이 반영되면서 신규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형 원전 수주에다 SMR 성장성도 부각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 16조2331억원, 영업이익 1조17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7.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0.7% 줄어든 수치다. 다만 올해도 추가 수주 기대감이 높아 두산에너빌리티에는 호재다.
올해 수주계획은 10조7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체코 원전 포함한 원자력 분야 4조9000억원, 가스·수소 분야 3조4000억원, 신재생 1조원, 일반 건설 및 주단조 등 1조4000억원이다. 향후 5년간 수주는 연평균 6% 성장이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북미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가스터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단계적인 증설 계획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형 원전과 SMR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북미 전력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을 필수적인 발전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가스 발전소의 상업 운전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가스터빈 제조사들의 2024년 신규 수주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동과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스 발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속적인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해 대형 원전, SMR, 가스터빈 생산능력을 증설할 계획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발전 설비 증설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가스터빈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수주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우성 기자 ws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