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딩국 실적부풀리기에,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 마련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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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석지연 기자] 보험사의 재무 상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새 회계제도(IFRS17)가 적용됨에 따라,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 부담금이 커지면서 재무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 보험사들은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IFRS17은 지난 2023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국제 회계 기준으로 기존의 보험 회계 기준을 대체하는 제도다. 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세계 보험회사의 재무 상황을 같은 기준에 맞춰 평가·비교하기 위해 제정한 원칙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보험 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원가 평가가 아니라,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험회계의 투명성 비교는 물론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보험사들이 공개하는 재무 정보는 더 투명해졌으며 이전에 비해 보험사의 부채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생보사인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중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2조26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었으며 교보생명은 3분기까지 순이익 8950억원을 기록한 만큼, 연간 순익 1조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한화생명이 지난해 순이익 8660억원을 기록했으며 신한라이프는 5284억원을 달성했다.

한편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를 비롯한 5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7조33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4.4% 증가한 수치로 삼성화재가 업계 최초로 2조원이 넘는(2조736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나란히 1조7722억원과 1조710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은 새로운 회계제도안 IFRS17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IFRS17 기준 아래서는 보험사의 재무 성과가 계리(보험사의 회계)적 가정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리적 가정이란 특정 보험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1년 뒤에 보험을 해지할 가능성으로 여기에는 해지율·위험율·할인율 등이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보장성 보험과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이는 장기 보장성보험은 소비자가 장기간 보험료를 납입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투자나 자산운용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저해지 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해지율을 높게 잡으면 고객들이 미래에 나갈 보험금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실적 부풀리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외부 검증 관련 매뉴얼을 도입하고, 부실 검증에 대한 제재 규정을 정비하는 등, 계리가정 검증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당국이 제시한 모형을 보험사에 본격 적용하게 되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지급여력) 비율은 대부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험사들은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국이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제도 적용을 강화할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석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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