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AI 빅테크, 휴머노이드·자동차·안경 등 하드웨어 기기 개발중
칩-LLM-하드웨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
코비 브라인언트의 슛동작을 따라하는 로봇. / 엔비디아
코비 브라인언트의 슛동작을 따라하는 로봇. / 엔비디아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거대언어모델(LLM)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하드웨어 시장까지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헤드셋, 자동차, 휴머노이드 등 LLM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찾아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GPT를 가진 오픈AI가 AI 기반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AI기반 소비자용 하드웨어 기기 개발을 위해 미국 특허청(USPTO)에 상표 출원을 했다. 이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및 AI 연구 중심에서 하드웨어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상표 출원에 따르면 헤드폰, 노트북, 로봇 ,스마트 안경, 스마트워치, 스마트 주얼리 등 다양한 AI 기기가 포함됐다.

AI 전용 단말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일본 닛케이 인터뷰에서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디자이너와 함께 음성 기반 AI와 소통을 목적으로 한 AI 전용 단말기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또는 삼성전자와 협업이 예상된다. 다만 4일 방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AI 전용 단말기를 만들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메타도 AI 기반 소비자 기술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류 보스워스는 내부 메모에서 새로운 팀이 "라마 플랫폼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컨슈머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연구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는 메타의 AI 모델로, 이를 이용해 가정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을 닮은 로봇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메타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업인 '리얼리랩스'를 통해 AI 수익화에 도전하고 있었지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서 설립 시점인 2020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리얼리티랩스에 누적된 영업손실액은 598억7천만 달러(86조원)에 이른다. 다만 메타 경영진은 메타가 AI 기술과 AR·VR 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관련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는 미국의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Ray-Ban)’과의 협업으로 제작한 스마트 글래스에 AR에 이어 라마도 탑재하려는 중이다.

소프트웨어(SW)에 국한됐던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하드웨어 분야로도 확대되면 글로벌 기술 산업의 판도가 뒤흔들릴 가능성은 크다. 이들 기업이 각각 AI 산업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완성하면 새로운 독과점 체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 오픈 AI와 메타는 AI 전용칩을 개발하고 있을 뿐더러 각각 GPT, 라마라는 LLM도 가졌다. 이들이 단말기나 로봇 등을 완성하면 칩-LLM-하드웨어라는 수직적 구조가 완성된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의 전 분야를 통제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소프트웨어가 됐든, 하드웨어가 됐든 모델 자체만 가지고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응용할 수 있는 쪽으로 발을 넓히는 걸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는 "제2의 스마트폰이 될 디바이스를 찾는 중"이라며 "빅테크들의 최종 목표는 개발한 AI모델을 휴머노이드, 자동차 같은 최종 소비자 제품에 탑재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파일럿 버전으로 최선의 디바이스 모델이 무엇이 될지 온갖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고, AI 품질에 맞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준의 가격이 고려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빅테크들의 이러한 전략이 한국 IT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AI 서비스가 강점이니 빅테크 생태계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빅테크 생태계가 너무 굳어버리면 API를 갖다 쓰는 입장에서는 원가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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