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현상이 폭염을 더욱 심화시켜...결국 원인은 화석연료
“화석연료 종식하고 온실가스 감축하지 않으면 극한 고온 현상 빈번해질 것”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약 3분의 2가 최소 한 달 이상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와 육지 곳곳에서, 북극에서 남극까지 월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경신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전 최고 기록 대비 섭씨 5도나 높은 기온이 관측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빨리 감축하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더 심해지고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기후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1~12월까지 평균 기온을 C3S 데이터의 1979년 이후 월별 기온과 비교 분석했다. 지난해 1~6월까지 전 세계는 사상 최고 월평균 기온을 기록했다. 기 기간 세계 곳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관측됐고, 전 세계 월평균 기온은 지난 40년간의 최고치보다 최소 섭씨 0.1도 상승했다.
7~12월까지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2023년 같은 기간의 최고 기록보다 약간 낮았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한 해 동안 지구 표면의 65%가 한 달 이상 과거보다 뜨거웠다. C3S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를 처음으로 넘은 해였다. 기록상 가장 더운 날은 7월 22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7.16도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상반기에 발생한 엘니뇨가 기온을 더 끌어올렸다. 엘니뇨가 약화한 후 기온은 2023년보다 다소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C3S는 “인간이 배출한 탄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태양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지역별 기온도 분석했다. 힌두쿠시-히말라야(HKH) 서부 지역은 지난해 역대 가장 더운 1월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종전 최고 기록보다 무려 섭씨 5도 이상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겨울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의 4분의 1이 의존하는 강의 수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여도 이번 세기 안에 HKH 지역의 빙하는 30~5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네팔 국제산악개발센터(ICIMOD)의 아룬 박타 슈레스타 기후 과학자는 “빙하가 녹아 후퇴하고, 새로운 호수가 생기며 하얀 설산이 검은 바위산으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는 지난해 거의 매달 폭염이 찾아왔다. 특히 3~6월까지 볼리비아·페루·콜롬비아·브라질 아마조나스주(州)에서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됐다. 산불로 아마존의 가뭄이 심화했고, 세계 최대 습지인 판타나우도 불길에 휩싸였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9월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섭씨 5도 이상 높아졌다. 이 때문에 중국 충칭 당국은 인공강우를 유도하는 로켓 200여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극지방도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남극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온이 기록적으로 상승하며 일부 지역은 종전 최고 기록보다 최대 섭씨 6.5도나 높았다. 이 시기는 남극의 한겨울이라 기온이 여전히 영하권에 머물렀지만, 며칠은 예상보다 섭씨 28도나 높은 기온이 관측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북극 지역 역시 8~11월까지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여름철 해빙기가 끝날 무렵인 9월 북극해의 얼음 면적은 과학자들이 관측한 역사상 여섯 번째로 적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북극에서 처음으로 ‘얼음 없는 9월’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매달 전 세계 바다의 온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서양은 상반기에 뜨거웠고, 일부 태평양과 인도양 지역에서는 매달 평균 기온이 기존 기록보다 섭씨 1도 이상 높았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대학교의 해양 과학자 레지나 로드리게스는 “이 말은 결국 각종 극한 기후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화석연료 연소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지속될 경우 더 많은 인명 피해와 질병, 그리고 심각한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협정한 파리기후협약은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한 해 이 기준을 이미 넘었지만, 이 목표는 단기적인 변화가 아닌 장기적인 평균을 기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목표 달성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정책이 유지된다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은 섭씨 2.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섭씨 0.1도씩 오를 때마다 기후 위기가 더욱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줄리안 니콜라스 C3S 과학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2024년이 얼마나 이례적인 기후 조건을 보였는지를 보여주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광범위하고 가속화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구가 계속해서 뜨거워지면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의 최고 기온이 경신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극한의 폭염에 노출되며, 환경과 생태계 부담이 커지는 등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기후 과학자이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물리 과학 실무 그룹 부의장인 소니아 세네비라트네는 “이번 분석 결과는 지금까지의 급격한 온난화와 올해 특히 극단적인 기후 조건을 고려했을 때 예상된 결과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게 감축하지 않는다면 이런 극단적인 기온 현상은 더 심해지고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