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단축·유연근무제 도입한 기업들, 임신·육아 지원책도 확대
육아휴직부터 자녀 입학 선물까지 다양한 제도 도입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제4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원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제4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원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직원의 삶은 일터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과 가정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가져가기 위해서는 일의 배경이 되는 직장, 즉 기업이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매출액 1천 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5.8%가 저출산으로 인한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생산연령인구가 줄게 되면 가장 먼저 인재를 확보해 경제 시계를 돌려야 하는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 한국 재계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과 육아 지원 제도를 속속 도입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가 재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부영빌딩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부영빌딩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저출산 해결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업은 부영그룹이다. 부영그룹은 자녀 1명을 출산한 직원에게 출산장려금을 1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부영그룹이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따지는 조건은 ‘대한민국 국적’ 하나뿐이다. ‘출산장려금을 받고 나서 몇 년 이상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식의 사내 규정도 두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2021년부터 2024년 1월까지 태어난 66명에게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연평균 23명꼴이다. 지난해 2월 이후 28명의 아이가 태어나 28억 원을 전달했다.

부영그룹의 파격적인 사례는 업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산장려금을 신설하거나 기존 출산지원금을 확대, 사내 보육 시설 확충 및 자율 근무제 등을 도입해 직원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육아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내 복지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제4어린이집'을 신축하여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의 어린이집을 개설했다. 이 밖에도 전국 8개 사업장에 총 3100명 정원의 12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며 유급 배우자 출산 휴가, 난임 휴가, 배우자 유·사산 휴가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육아 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확대했다.

SK그룹은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9세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1년간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임신·출산 관련 모든 휴가에 '셀프 승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자녀 입학을 위한 90일의 무급 돌봄 휴직이 가능하다.

LG전자 조주완 CEO의 입학 축하 편지(왼쪽)와 선물을 받은 직원 자녀가 감사 인사를 담아 보낸 답장./ LG전자 제공
LG전자 조주완 CEO의 입학 축하 편지(왼쪽)와 선물을 받은 직원 자녀가 감사 인사를 담아 보낸 답장./ LG전자 제공

LG그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계열사별로 다양한 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2년까지 보장하도록 했으며 1일 1시간부터 최대 5시간까지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 등도 운영한다. 또한 LG전자는 '생애 주기 맞춤형 선물'제도를 도입해  초·중·고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구성원에게 노트북과 학용품 세트를 제공한다. 

LG이노텍은  출산 휴가 종료 후 별도의 신청 없이 육아휴직이 가능한 '육아휴직 원클릭제'를 도입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육아기 자율근무제' 도입해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이 육아 스케줄에 따라 근무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숙련된 직원이 육아로 인해 회사를 퇴사할 경우 인력 유출이 생겨 그만큼 회사로서는 손해를 본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들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육아기 재택근무제나 사내 육아 인프라 확충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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