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대미 채널 본격 가동...불확실성 대응 최선
재계, 대외활동 보폭 넓히며 파트너십‧경쟁력 제고
19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차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연합뉴스
19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차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정부와 재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관세폭풍’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기술표준과 인증 등 비관세장벽 대응책을 마련하고 재계는 대외활동의 폭을 넓히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세는 최소 25%, 또는 그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까지 무거운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정부가 제시한 수출 목표 7000억달러 달성은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전체 수출의 30% 가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141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미국 시장 등에서 선전하며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며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경쟁국과 동맹국 등을 가리지 않고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 4월 2일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품목별·국가별 관세와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대응 전략 점검에 나섰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가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민간 싱크탱크와 협력을 강화한다. 이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 등 9개 민간 연구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미 통상 대응 전략 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통상 조치가 현실화하는 것에 대응해 정부는 대미(對美) 채널을 본격 가동하고 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민간 싱크탱크와 협업을 강화해 대미 대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정교히 다듬어 가겠다”며 “향후 정부와 싱크탱크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 민간이 한목소리로 대미 통상 대응 활동을 긴밀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도 19일 기술규제대응국장 주재로 ‘제1차 무역기술장벽 대응 협의회’를 개최하고 관련 부처와 함께 해외기술규제 현안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무역기술장벽 통보문 현황과 국가별 대응 실적과 제1차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 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특정무역현안 안건을 공유했다. 참여 부처와 함께 그간 협의회에서 발굴한 식의약품 분야 등 해외 기술규제의 정보 공유 및 협업 대응 실적을 점검하고 분야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중소·중견 주력 품목에 대한 대응 지원 ▲공동 대응이 필요한 주요 규제(인도네시아 할랄인증, 인도 화학물질 품질명령 등)의 범정부적 협업 방안도 논의했다.

이창수 국장은 “여전히 다자무역체제가 원활히 작동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가 굳건한 공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개최된 제6차 수출전략회의에서 관세대응, 무역금융 지원, 대체시장 발굴, 수출기업 애로 해소 등‘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바우처를 도입하고 관세 피해기업의 단기수출보험료를 60% 인하할 방침이다. 또 관세피해 기업이 유턴할 경우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요건을 면제하고 보조금 지원도 지금보다 10%p 확대한다. 현행 지원비율은 일반업종 21%, 우대업종 23%, 핵심광물 등 공급망업종 44%, 첨단업종 45%다. 

무역금융의 경우 역대 수출기업에 충분한 유통성을 제공하기 위해 최대 366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상반기 내 중소·중견기업의 보험료·보증료를 일괄적으로 50% 할인한다. 수출 실적 1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 3만5000곳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90%까지 할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변동 리스크 대응에 8조5000억원, 인터넷은행을 통해 소상공인 구매자금 2000억원도 지원한다. 

또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 대체시장 확보 등 수출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개발도상국을 의미하는 글로벌사우스 지역 개척을 위해 멕시코, 조지아(이상 코드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이상 무역협회) 등 5곳에 수출 전초기지를 신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전시·상담회 등 마케팅 예산 1조2000억원 지원 △조선수주 선박 사업성 등 미래가치 반영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심사 △방산항공 MRO(유지·보수·정비) 관세면제 1년 연장 추진 등 지원책도 마련한다.

이번 대책에서 빠진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응 부분은 민간 기업과 함께 ‘철강산업 경쟁력강화 TF’를 구성하고 대미 협상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를 상시 운영하면서 민간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미 설득논리 등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기업 총수들은 대외 활동 폭을 넓히며 탄핵 정국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정부를 대신해 한국 경제의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 오전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과 함께 미국행에 올랐다. 최 회장은 21~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이미 언급해온 일본과의 연대부터 미국과 새로운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중동 출장길에 오른다. 이달 이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UAE 출장에서 6G 등 차세대 통신망·IT 신사업, 반도체 관련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현지 점검을 위해서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출장에서 정 회장은 설립 20주년을 맞은 모하비 주행시험장 방문을 시작으로 미국의 실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골프 회동' 등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시행을 예고한 상호관세·자동차세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4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정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형성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19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미국 보편관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6%, 약 64억5891만달러(약 9조295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 수출은 7.37% 감소하고 반도체 수출은 1.01%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대미 수출은 자동차 347억달러, 반도체 106억달러, 의약품 96억달러 규모였다. 

이번 미국 방문에 함께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사절단 외에 대외 활동도 나선다. 조 부회장은 23~2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제1차 ABAC 미팅을 주재한다. 

또 한화그룹 차기 총수 김동관 부회장은 최근 UAE를 방문해 지난 17일 EDGE 그룹 파이살 알 반나이 최고경영자를 만나 방위산업분야와 우주, 조선·해양 분야까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직접 나서고 있지만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어 정부의 적극적 외교통상 채널을 통한 대응책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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