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성·건전성 선방했으나 올해 쇄신 가속화할 수 있을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BNK금융그룹이 5개 자회사 대표 최종 후보를 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경우 차이가 뚜렷했다. 특히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호실적에도 불구,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경남은행장 인선에 대해 교체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었다. 은행장 임기와 별개로 초유의 횡령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경남은행에 입행한 간부급 직원 이모 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200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총 3089억원을 횡령했다. 이는 금융권을 넘어 국내 횡령 범죄 중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8월 구속된 이 씨는 지난 2월 14일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5년과 추징금 159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전체 횡령액 중 약 10% 상당으로 보이는 점, 은닉한 수익 상당 부분이 추적되고 압수됐음으로 피해 은행이 일부나마 피해가 회복될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나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점, 횡령액이 3089억 원에 이르는 점 등 거액이고 그중 실질 취득 이익 역시 280억 원을 초과하는 등 매우 큰 점" 등을 거론하며 양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씨는 골드바나 상품권 등을 구입하고, 부동산 매입과 주식 투자 등에 횡령 자금을 썼으며, 평소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고 알려졌다.
2심 과정에서 이 씨는 횡령 자금 은닉 목적으로 구매했다가 몰수된 골드바 101kg 가량의 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화제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몰수 당시보다 가치가 커졌기에, 이를 재평가해 경남은행의 피해 변제의 규모 역시 커졌을 거란 의미다. 피해 회복 규모가 커진다면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물건 가격의 변동을 추가로 반영할 필요는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모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액의 불명예를 안고 가야하는 경남은행이지만, 이후에도 은행권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사태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BNK금융그룹이 내부통제 관련 부실을 지적했다. 범죄를 저지른 이 씨가 담당하는 업무인 PF대출은 고위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그 취급과 관리에 대해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경남은행은 이 씨의 범행으로 595억원의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은 이후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동산 PF 대출 신규 업무의 6개월 영업정지를 받기도 했다. 이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내부통제 문제로 인해 내려진 제재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또한 경남은행은 사고 수습을 위해 지난해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결정하며 또 한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경남은행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3163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성장했다. 특히 자산건전성과 관련해선 2024년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 0.45%, 연체율 0.45%로, 각각 0.72%와 0.62% 수준인 부산은행에 비해 관리가 잘 됐다. 충당금전입액도 부산은행은 4000억원에서 2894억원으로 1106억원을 줄였으나, 경남은행은 2194억원에서 1799억원으로 395억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새로 경남은행을 이끌어가게 된 김태한 후보는 1969년생으로 BNK금융그룹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들 중 가장 젊다. 은행 내 여신전문가로 손꼽히며, 여신지원본부장(상무)을 거쳐 현재 기업고객그룹장·투자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부행장보로 승진하고 바로 은행장 최종 후보로 낙점됐기에 파격적인 인사라는 후문이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횡령 사건의 악재 속에서도 예경탁 은행장이 사태 수습과 경영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보다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절차적인 부분에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BNK금융그룹은 이번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모범관행을 적극 반영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자체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지난해 12월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이후 엄정한 심사를 위해 후보자를 비공개로 하는 등 총 5차례 회의 과정을 거치며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룹이 추천한 최종 후보는 각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후보로 확정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특히 이번 후보 추천 과정에서 양 은행의 임추위 역시 지주의 자추위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계열사 내부 의견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가령 부산은행 임추위원장은 부산은행장 후보 면접에 직접 배석했으며, 경남은행 임추위원장은 면접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공식 절차가 남아 있으나 사실상 후임 경남은행장으로 낙점된 김태한 후보는 2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최근 은행권의 반복되는 금융사고로 인해 감독 당국이 칼을 빼들긴 했으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제재 수준을 우선 거론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부당대출이나 불법을 저질렀을 떄 누릴 수 있는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에 보다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엄단을 경고하고 있으나, 여전히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에 아쉬움이 크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느슨해진 조직문화를 다잡는 조처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산·상품의 쏠림 현상 ▲지배구조 선진화 ▲주주환원 확대 ▲자본적정성 관리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지역경제 자금공급 ▲고령화 및 IT 기술 발전 대응 등 은행권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로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