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신고제도 강화에 임직원 대상 윤리문화 진단까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올 한해 '신뢰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내부통제 강화에 사활을 걸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모두 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도 2건이나 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총 730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 알려진 부당대출 액수(350억원)에서 380억원이 추가로 발견됐다.
각종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우리금융의 올해 최우선 경영 과제는 단연 '신뢰 회복'이다. 이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025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통해 "윤리경영 토대 위에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다시 설 것이다"고 천명하며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부서 및 직책을 신설함은 물론 은행지점장 직접 금고관리·익명 신고시스템·윤리문화 진단 등을 도입하는 등, 전(全) 임직원이 금융사고 예방에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금융연수원 등과 함께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하고 사외이사 연수 통해 지배구조 선진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 및 이사회 사무국 소속 임직원들은 금융연수원의 사외이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외이사 역량 강화에 나서게 된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신임 및 재임 사외이사들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돕는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법률상 의무 연수와 시의성 있는 주제에 대한 연수를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신임 사외이사 선임에 앞서 이들을 대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전입 교육을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통제전문역 직책을 신설했다. 은행 영업점의 업무 프로세스에 정통한 지점장급 연차 직원이 내부통제전문역을 맡아 본점 영업조직의 실질적 내부통제 활동을 전담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통제전문역은 영업현장의 정기감사를 수행하고, 내부통제지점장과 함께 수시점검도 실시한다. 또한 관활 영업점 내부통제담당자의 연수와 내부통제 이상징후가 발견된 직원의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매월 준법감시활동 계획서 및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지난해 연말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윤리정책 총괄과 경영진 감찰을 전담하게 했으며, 금융권 처음으로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를 시행했다.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는 은행을 비롯한 대출 취급 자회사에서 친인척 대출 신청 건이 발생하면 여신감리부서 및 관련 임원에게 대출 신청 사실이 자동 통지된다.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지점이나 부서는 지침과 규정에 맞춰 엄격하게 처리하고, 여신감리부서는 규정 및 절차 준수 여부와 관련 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유무 등을 점검한다. 임원의 부당한 관여가 포착됐을 때는 그룹 윤리경영실에 즉시 보고돼 조사와 제재가 취해진다.
우리금융이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 그룹사 임원의 비위행위 감찰과 윤리정책 등을 총괄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외부 법률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오는 3월 이사회 내에 ‘윤리·내부통제위원회’가 출범하면 윤리경영실이 위원회 산하로 편제돼 업무의 독립성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임원 친인척 대출을 포함한 여신 감리업무에 힘을 실어주고 여신감리 모니터링 결과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취급을 중단하는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친인척 부당대출 사례를 포함한 내부비리 제보를 위해 그룹 윤리경영실이 운영하는 ‘제보·신고 핫라인’도 도입했다.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해 내부 감시·감독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윤리의식 내재화가 부당대출을 비롯한 금융사고에 대한 동기를 끊어내는 핵심이라는 판단 아래 전 그룹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문화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진단결과를 토대로 직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윤리적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31일부터 영업현장 내부통제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은행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지점장은 매월 첫 영업일에 금고를 열고 마지막 영업일에 직접 △금고 개·폐문 △금고 잠금장치 이상 유무 확인 △금고 내부 관리 상태 등 금고 업무 전반을 점검해 시재 사고 예방을 포함한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 역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그는 지난 5일·10일·11일에 걸쳐 14개 전 자회사를 방문해, 자회사별로 직면한 리스크 요인 등의 현장 상황을 살펴봤다. 내부통제 현황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며 올해 그룹의 핵심 경영방침인 △내부통제 체계 강화 △윤리적 기업문화 정착 △투명한 윤리경영 실천 등을 촉구했다.
임 회장은 “올 한해 우리금융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며, “모든 임직원이 금융인으로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